우체국에도 정보화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빠르고 신속한 우편배달은 기본이고 전국의 특산품을 전자상거래(EC)를 통해 구입할 수 있는 사이버쇼핑몰 및 인터넷카페 등도 앞으로 우체국에 등장할 전망이다.
이처럼 우체국을 21세기형 종합정보센터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의욕적인 우정정보화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황중연 정보통신부 우정국장(45)이다. 전국적으로 3만명에 달하는 우체국 직원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그는 만나자마자 『우체국이 지난 1백여년 동안 독점했던 우정업무에 안주하던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제 우체국도 새로운 서비스를 계속 개발해 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보통신부가 오는 5월까지 6억9천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구축하는 EC시스템은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황 국장은 『이 시스템의 구축이 끝나는 6월부터는 5백84개 품목 1천6백92종의 기존 우편주문 상품을 우체국의 인터넷 가상공간을 통해 쇼핑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우체국의 사이버쇼핑몰을 통해 영광굴비를 구매하는 소비자는 누가 어디에서 조기를 잡아 어떤 방식으로 건조시켰고 어떻게 요리를 해야 제맛이 나는지 등 다양하고 자세한 정보를 구체적으로 제공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황 국장은 『이같은 특산품 쇼핑몰이 서비스되면 연 1백60만건에 불과하던 우편주문량이 적어도 3∼5배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소포 운송체계까지 뜯어고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즉, 현행 철도중심의 운송체계를 개선, 대전교환센터를 거점으로 전국 22개 집중국과 4백개 택배센터를 연결하고 민간업체 및 운송회사와 전략적 제휴도 추진한다는 것이다.
황 국장은 이러한 시도가 갖는 의미를 크게 두가지 측면으로 해석하고 있다. 우선 새로운 서비스 개발을 통해 우체국의 경영효율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미국 등 선진 외국에 비해 많이 뒤떨어진 EC활동을 정부가 앞장서서 활성화시키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
한편 우정정보화사업의 또 다른 축으로는 전국에 산재해 있는 우체국을 21세기형 종합정보센터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야심만만한 계획을 들 수 있다. 정통부는 이를 위해 오는 2002년까지 1백여개 우체국에 정보교육센터 외에 인터넷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인터넷카페를 각각 설치, 국민들이 누구나 정보화교육을 받을 수 있는 최첨단 정보센터로 육성할 계획이다.
정통부는 우선 1차로 오는 4월까지 17개 우체국에 펜티엄 컴퓨터와 인터넷 전용회선을 갖춘 정보교육센터를 설치하고 오는 2002년까지 매년 25개씩 모두 1백개의 정보교육센터를 갖출 계획이다.
또 정보교육센터에는 1층에 자판기와 휴식공간을 갖춘 위성 인터넷카페를 설치하고 2, 3층에는 펜티엄 컴퓨터 15∼20대를 갖춘 교육장을 마련, 낮뿐만 아니라 밤에도 주민들을 대상으로 컴퓨터교육을 실시한다는 설명이다.
정통부의 이러한 우정정보화계획은 대부분 황 국장의 머리에서 나왔다. 지난 77년 행정고시(20회)에 합격, 공무원이 된 황 국장은 그 후 동래우체국장, 전파기획과장 등을 거쳐 지난 96년 우정사업경영개선기획단의 부단장을 맡으면서 우체국정보화업무와 깊은 인연을 맺게 됐다. 정통부가 최근 추진하고 있는 우정사업의 골격은 대부분 이때 그 방향이 정해졌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에 앞서 지난 95년부터 약 1년 동안 미 콜로라도대학에서 교육을 받을 때 미국이 초고속정보망을 운영하는 모습을 지켜본 것이 그 후 우정업무정보화사업을 기획할 때 큰 도움이 됐다고 털어놓았다.
황 국장은 그 후 기술심의관, 국제협력관 등을 거쳐 올해초 식솔이 3만명이나 딸린 우정국장에 임명됐다. 그가 스스로 기획했던 우정정보화사업을 앞으로 어떻게 요리할지 벌써부터 기대되고 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