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틀 감상> 툼레이더 3

 도발적인 입술과 검은 선글라스, 육체파 여배우처럼 풍만한 가슴과 잘록한 허리, 그리고 허리까지 길게 땋아 내린 머리. 게이머들의 영원한 연인 라라가 돌아왔다.

 라라는 롤플레잉 게임 히트작 「툼레이더」의 여주인공이다. 결코 미인형이라고 말할 수 없지만 기성세대의 관습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반항적이고 저돌적인 이미지 덕분에 꾸준히 사랑받는 사이버 캐릭터다.

 최근 발매된 「툼레이더3」에서 또다시 게이머와 만나게 된 라라가 더욱 새로워진 패션과 첨단무기로 눈길을 끈다.

 「툼레이더2」에서 만리장성으로 떠났던 라라는 이번에도 런던의 밤거리부터 인도의 사막, 남태평양, 북극까지 위험한 곳만 골라 다닌다. 불가사의한 괴력을 갖게 해준다는 전설 속의 보물을 찾기 위해서다.

 롤플레잉 게임이 대개 그렇듯 이 작품도 줄거리는 별 의미가 없다. 라라가 펼치는 기상천외한 모험과 전투가 게임의 시작이자 끝이나 마찬가지다.

 「툼레이더3」는 전작에 비해 그래픽 엔진이 향상돼 그림이 선명해졌고 뚜렷한 명암과 광원 효과로 좀더 실감나는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인공지능의 수준도 높아졌고 눈에 거슬렸던 버그도 훨씬 줄었다. 건물이 화염에 휩싸이는 스펙터클한 장면부터 라라가 물에 뛰어들었을 때 튀어오르는 물방울처럼 세밀한 묘사도 합격점. 날씨 변화에 따라 눈과 비가 내리는 장면도 자연스럽다.

 약간 아쉬운 점이 있다면 사람이 창에 꽂혀 있는 화면과 가까이서 발사하면 신체가 파손되는 「로켓런처」라는 무기가 문제됐던 「툼레이더2」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폭력성을 이유로 「연불」 판정을 받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초도물량이 1만5천장 판매되는 등 롤플레잉의 간판게임다운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선기기자 s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