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가장 큰 폭발이 일어난 것은 언제일까? 인간이 만든 원자폭탄이나 수소폭탄도 그 후보에 끼지 않을까? 어림없는 소리다. 아직 인간의 힘은 자연에 비길 바가 못된다.
현재까지는 19세기 말 인도네시아의 크라카타우 섬에서 일어난 화산 폭발이 최대규모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의 폭발은 초대형 수소폭탄 1백개가 동시에 터진 것과 같은 어마어마한 규모의 에너지 분출이었다.
폭발은 1883년 8월 27일 오전 5시 30분경부터 일어났다. 원래 47㎢ 면적이었던 섬은 3분의 2 이상 날아가버리고(여의도 광장의 80배가 넘는 넓이) 바로 그 자리 밑 바다에는 폭 10㎞, 깊이 3백m의 거대한 구멍이 생겼다.
당시 반경 5백㎞ 이내의 모든 마을과 바다 위에 떠 있던 선박들은 글자 그대로 「불벼락」을 맞았다. 시뻘겋게 단 바위 덩어리들과 재들이 하늘이 깜깜해지도록 쏟아져 내렸던 것이다. 이렇게 하늘로 분출된 먼지들은 대기권 상공 40여㎞까지 올라가서 약 1년 동안 머물렀으며 그 때문에 햇빛이 차단되어 지구의 평균 기온이 내려갔을 정도였다.
이 폭발로 인도네시아의 촌락 3백여개가 완전히 초토화되었고 사망자는 3만6천명이 넘었다. 박살난 배만도 6천여 척에 이르렀다. 게다가 폭발의 충격파로 발생한 해일은 높이 30m가 훨씬 넘는 파도를 일으켜 인근의 자바, 보르네오, 수마트라는 물론이고 멀리 호주, 인도, 일본에까지 닿았다. 심지어 폭발 다음날에는 해일이 1만8천㎞ 떨어진 영국해협에까지 도달했다고 한다.
크라카타우 섬은 원래 휴화산이었다. 화산임은 분명하지만 역사 시대 이후 폭발 기록이 한번도 없었던 것이다. 그러던 것이 17세기에 소규모 폭발을 일으켰고 다시 2세기 동안 잠잠하게 있다가 19세기 말에 엄청난 기지개를 켠 것이다.
1999년에 접어들면서 이른바 「세기말의 대재앙」에 대한 갖가지 예언과 근거 없는 소문들이 떠돌고 있다. 중세 유럽의 명의이자 신비스런 예언가였던 노스트라다무스는 「하늘에서 공포의 대왕이 내려온다」는 말을 했고, 또한 미국의 유명한 예언가 에드가 케이시는 「일본 열도의 대부분이 침몰한다」는 충격적인 주장도 남겼다.
물론 예언 그 자체를 한낱 호사가들의 기우로 치부하며 믿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현대 문명의 발달이 자연 파괴와 인간성 황폐를 초래하면서 세기말 분위기와 어울려 뭔가 막연한 불안감을 갖는 사람도 꽤 있다. 인류는 그동안 여러 번의 세기말을 겪었지만 이번에는 좀 다른 느낌이라고나 할까.
아무튼 대재앙의 실체는 전면 핵전쟁이라는 설, 소행성의 지구 충돌이라는 설, 에이즈와 같은 치명적인 전염병이라는 설 등이 있고 심지어는 「밀레니엄 버그」, 즉 컴퓨터의 2000년대 인식 오류에 따른 파국적 재난이라는 설까지 등장했다.
그러나 여러 가지 면에서 검토해 볼 때 예언가들이 말한 대재앙은 인위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자연적 재해를 묘사한 것으로 봐야 옳다. 그리고 그 자연재해는 대폭발이며 폭발의 원인은 지구 내부에서라기보다는 외계, 즉 우주에서 날아온 소행성의 충돌로 보면 상당 부분 설명이 된다.
굳이 「1999년의 대재앙」 예언을 끌어들이지 않더라도 대규모 소행성의 지구 충돌은 언젠가는 일어날지 모를 사건이다. 최근에는 공룡들의 멸종이 7천5백만년 전 멕시코만에 떨어진 소행성 폭발 때문이었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더해가고 있다. 크라카타우 섬의 폭발 규모와 그 파장을 감안해보면 그 이상의 대폭발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미루어 짐작하기가 어렵지 않다.
그런데 크라카타우 섬은 대폭발 뒤 1백여년이 지나면서 다시금 새로운 생물들의 낙원이 되었다. 수십m 높이의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각종 동식물들이 번성하고 있다. 파국 뒤에는 언제나 새로운 생명이 희망의 꽃을 피우게 마련이다.
<박상준·과학해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