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수출과 해외인증마크

윤준호 유닉스전자 관리팀장

 IMF 이후 중소 가전업체들은 수출만이 우리의 살 길이라고 판단, 최고 경영자를 비롯해 실무 직원까지 모두 합심해 동분서주하면서 수출주문 확보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내수판매량이 예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고 대기업을 비롯한 협력업체들이 하나둘씩 떨어져 나가면서 중소 가전업체들의 입지는 더욱 더 좁아져 탈출구가 오로지 수출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피땀어린 노력으로 중소 가전업체들이 수출주문을 받아오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최근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떠오르고 있는 각국의 품질인증규격 획득은 절차가 까다롭고 비용이 과다하게 지출되면서 중소업체들로서는 또다른 난제로 여겨지고 있다.

 다행히 정부에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소기업 해외품질인증 획득에 대한 지원사업을 추진, 중소 제조업체들에는 가뭄에 단비 같은 좋은 기회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들이 해외인증을 획득하기 위해서 겪어야 하는 문제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첫째로 중소 가전업체들은 대부분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데 수출을 위한 해외인증은 모델별로 취득해야 하기 때문에 인증비용이 과다하게 들어간다.

 예를 들어 당사의 경우 유럽품질안전규격인 CE마크 취득에는 모델별로 약 7백만원의 비용을 투입하고 있는데 현재 운영되고 있는 전체 모델수는 총 46가지다. 따라서 이들 제품을 수출하기 위해 CE마크를 획득한다면 총 3억2천2백만원의 비용이 소요되는 셈이다. 미국의 UL마크는 기본 취득비용이 8백만원이 넘어 이를 추산한다면 약 4억원의 초기비용이 소요된다. 여기에 분기별 사후관리비까지 합한다면 결코 적은 액수는 아니다.

 둘째로 지난해부터 중소기업청에서 시행하고 있는 해외인증지원사업은 중소 제조업체들에 큰 힘이 되고 있으나 이 역시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 중소기업청은 업체당 한 품목만 지원하고 있으며 지원금 역시 승인취득 비용의 70%다. 이것이라도 지원을 받으려는 중소 제조업체들은 수십 가지의 제품 중 한 모델을 선정해야 하는 웃지 못할 고민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셋째는 인증취득의 기간문제다.

 CE마크의 경우에는 자기 적합성 선언이므로 국내에서 대행해주는 업체들도 많고 검사기간도 비교적 짧아 납기일자 맞추기가 용이하나 UL마크의 경우 IMF 이전에는 1개월에서 3개월이 소요되던 것이 IMF 이후 3개월에서 6개월로 그 기간이 늘어나 선적 일자를 맞추는 데 큰 애로를 겪고 있다.

 더욱이 바이어들과의 상담과정에서 기능 및 사양의 대폭적인 수정이 요구될 때에는 품질인증마크를 획득하는 기간이 길어져 선적시기가 훨씬 더 지연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하루가 급한 바이어들이 발길을 돌리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수출강대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중소기업들이 수출경쟁력을 갖춰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신 무역장벽으로 떠오르고 있는 해외품질인증 획득에 대한 업체 스스로의 대책뿐만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현실적인 지원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