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성 PCB시장 "전운" 감돌아

 국내 연성 인쇄회로기판(F PCB)시장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그동안 10여개 중소 PCB업체들이 참여해 나름대로의 영역을 확보, 평온을 유지해온 국내 연성 PCB 시장에 최근 들어 대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참여할 것이라는 소문이 업계에 나돌면서 중소 연성 PCB업계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아직까지 연성 PCB 사업에 정식으로 참여한다고 선언한 대기업 PCB업체는 없지만 물밑에서 연성 PCB 사업참여를 검토하고 있는 업체가 서너개에 달한다는 게 연성 PCB업계의 전언이다.

 연성 PCB업체의 한 사장은 『최근 국내 유력 PCB업체가 기존 연성 PCB업체를 인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또 다른 대기업 PCB업체가 이 사업참여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하면서 『이들 대기업의 참여가 가시화되면 국내 연성 PCB 시장은 커다란 소용돌이에 휩싸일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현재 연성 PCB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업체 중 상위권 업체들도 연간 매출액이 2백억원 남짓하고 나머지 업체들은 50억원 내외에 머무는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연간 매출액이 1천억원을 상회하는 대기업이 참여할 경우 이들 중소 연성 PCB업체는 기존 시장에서의 입지가 줄어들 뿐더러 기업 존립조차 위협받게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같은 우려에 대해 한 PCB 전문가는 『반도체 패키지를 비롯한 다층인쇄회로기판(MLB)의 초미세패턴화 경향에 따라 기존 경성 PCB 기술은 한계에 접어들고 있어 경성 PCB보다 유연성이 뛰어나고 경박화가 손쉬운 연성 PCB가 최근 들어 선호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면서 『마이크로BGA 등 첨단 반도체 패키지 기판의 경우 연성 PCB 가공기술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에 기존 경성 PCB업체들이 이 분야 참여를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연성 PCB 사업참여를 검토하고 있는 대기업들은 기존 중소 연성 PCB업체들이 영위하고 있는 양·단면 연성 PCB가 아니라 부가가치가 높은 다층 연성 PCB 및 연·경성 PCB 혹은 반도체 패키지용 기판일 것으로 예상돼 기존 중소 연성 PCB업체와의 경쟁 양상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연성 PCB 분야에 대한 기술축적이 일천한 대기업들이 첨단 연성 PCB 사업을 전개하기 위한 교두보의 일환으로 양·단면 연성 PCB 사업을 전개하는 것은 상정해 볼 수 있다는 것.

 어쨌든 현재 물밑에서 사업참여 타당성 검토를 하고 있는 대기업들이 연성 PCB 사업참여를 공식 선언할 경우 1천억원 남짓한 국내 연성 PCB 시장을 둘러싼 기존 중소업체와 대기업간의 주도권 경쟁은 뜨겁게 달아오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희영기자 h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