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가전산업은 단기적인 성과에만 집착해서는 안됩니다. 다가오는 21세기에 대비해 정보가전분야에 대비하지 않으면 이 분야에서 입지를 마련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LG전자 TV사업단위(OBU)장 허영호 전무(48)는 가전산업의 패러다임이 양적 성장에서 질적 도약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때문에 TV사업에서도 성장 위주의 전략은 더 이상 큰 의미가 없습니다. 사업팽창보다는 기존사업을 단단히 다져 흑자기조를 유지함으로써 정보가전을 육성할 수 있는 자생력을 기르는 게 중요합니다.』
미남형의 외모에 멋쟁이로 소문난 허 전무는 TV사업 흑자유지와 정보가전부문 육성이 전환기에 중임을 맡은 자신의 사명이라는 점을 단호한 어조로 강조한다.
『올해 TV사업 매출목표를 1조6천억원으로 잡았습니다. 매출증가폭이 전년대비 10%로 예년에 비하면 낮은 편이지만 내실을 다져 사업부 스스로 정보가전분야의 투자재원을 마련하는 데 사업전략을 집중할 계획입니다.』
TV는 수익률이 5%에도 못미치는 저수익 업종이다. 때문에 흑자를 달성하려면 생산성향상과 원가절감이 매우 중요하다.
『매년 10%에 달하는 TV 가격하락 추이를 보면 이제 생산성향상과 원가절감만으로는 채산성을 제고하기에 한계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때문에 올해부터 프로덕트 리더십이라는 공격적인 경영혁신운동을 적극 전개해 나갈 계획입니다.』
프로덕트 리더십이란 개발단계에서부터 고객의 입맛에 맞도록 제품의 기능과 성능을 강화시켜 최상의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도록 체질을 바꾸는 새로운 경영혁신기법이다.
지난 77년 LG전자에 입사해 DVD사업담당을 맡은 2년의 기간을 제외하고는 줄곧 TV분야에서만 몸담아온 허 전무는 『개발과 제조·판매 등 경영전반이 일관되게 고객경쟁력 강화를 위한 프로세스로 움직이도록 해야만 가격경쟁 위주의 척박한 TV시장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며 TV사업에 대한 강한 애정을 감추지 못했다.
허 전무는 완전평면TV인 플라톤이 조만간 북미진출을 시작하는 등 고부가 제품군과 프로덕트 리더십운동을 통해 정예화된 제품군으로 최대한의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각오다.
『프로덕트 리더십은 특히 디지털TV 등 정보가전산업 육성에도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이 혁신운동으로 완성된 북미형 고선명(HD) 디지털TV와 유럽형 디지털TV로 올해부터는 양대 정보가전시장 공략에 적극 나설 작정입니다.』
경쟁사들에 비해 디지털TV시장 진출이 늦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 허 전무는 『디지털TV시장의 승자를 가리려면 아직도 몇 년이 걸린다』며 『유럽형의 경우 올해 3만대 정도 판매할 예정이고 북미형은 64인치 프로젝션제품이 이미 개발됐으며 HD급 구현이 가능한 60인치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TV기술도 세계 최초로 확보했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유성호기자 sungh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