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냉기제조부문 분사 배경과 속뜻

 삼성전자가 최근 냉기 제조부문에 대한 분사를 단행한 것은 그동안 냉장고부문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왔음에도 국제통화기금(IMF) 한파로 크게 위축되면서 냉장고 부문에서의 적자 폭이 날로 심화되고 있는 데 따른 자구책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당초 오는 2002년까지 광주에 종합 백색가전 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 아래 지난 94년부터 하남공단과 첨단과학공단에 최첨단 시설의 냉장고와 냉장고용 컴프레서 공장을 건설해 이전하고 생산량을 늘려오면서 이들 공장에 각각 3천1백90억원과 2천6백20억원 가량의 자금을 투자했다.

 그러나 이같은 투자는 지난 97년 말 불어닥친 IMF한파로 인해 무위로 끝나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과잉투자였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측 관계자도 『아직 수원의 기존 냉장고 및 냉장고용 컴프레서 공장자리도 비어 있는 데다 시장상황이 어려워지면서 광주공장에 투자한 수천억원의 자금이 결국은 삼성전자의 냉장고 부문뿐만 아니라 모든 백색가전 사업부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며 『경기가 크게 활성화되지 않는다면 삼성전자는 이로 인해 최소한 5년 이상은 고생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삼성전자가 최근 실시한 임원인사에서 냉공조사업부 임원들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당한 것도 이같은 실책에 따른 문책성 인사라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이미 보급률이 1백%를 상회, 포화상태에 이른 국내 냉장고 시장이 지난해 IMF한파로 수요가 크게 위축돼 시장자체가 전년의 절반을 약간 상회하는 수준에 머무는 등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면서 삼성전자의 이 부문 매출실적도 크게 줄었다.

 또한 지난해부터 냉장고 수출에 총력을 기울이기는 했으나 아직은 수출로 거둬들인 매출액이 내수시장 수준에도 못미치면서 냉장고 사업에서 상당한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총 50만대 가량의 냉장고를 수출하는 데 그쳤다. 이는 국내 경쟁사인 LG전자나 대우전자의 수출실적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수량이다.

 여기에 IMF한파로 국내외 경쟁사들과의 수출경쟁이 상당히 치열해진 데다 바이어들도 이런 틈을 타 강도높은 가격인하 압력을 가하고 있어 냉장고를 수출주력형 제품으로 전환하려는 삼성전자로서는 냉장고의 제조원가를 낮춰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해외영업력을 대폭 강화할 수 있는 돌파구를 찾아야만 하는 입장인 것이다.

 특히 최근 들어 미국 및 일본 등지의 가전업체들이 세계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제조부분까지 포함한 부문별 분사를 유행처럼 실시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삼성전자의 냉기제조부문에 대한 분사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전례에 비춰보면 대기업이 일정 사업을 분사할 경우 생산인력의 임금수준을 대기업의 70∼80%에 불과한 중소기업 수준으로 낮추는 등 상당한 제조원가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어쨌거나 삼성전자의 이번 냉기제조부문 분사는 국내 가전업체 가운데는 처음으로 제조부문에 대한 분사를 단행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이번에 분사를 통해 국내에서 외주생산체제를 구축한 삼성전자의 성패 여부에 따라 앞으로 국내 가전업체들의 제조부문에 대한 분사가 활기를 띨 가능성도 높다.

 제조부문 분사와 함께 새로운 사업부장을 맞아 새출발하는 삼성전자의 냉장고 사업이 이번 분사를 통해 어떤 효과를 거둘지 관심이 집중된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