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교육정보화 이대론 안된다 17> 컴퓨터교실 사업의 위기 (상)

 민간업체들의 참여를 유도해 교육정보화를 앞당기려는 취지에서 운영돼온 민간참여 컴퓨터교실이 파행의 위기를 맞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최근 민간업체들이 초·중·고등학교에 PC, 네트워크장비 등 각종 멀티미디어 교육기자재를 무료 공급하고, 방과후에 이들 교육기자재를 활용한 멀티미디어교육을 실시하는 「방과후 컴퓨터교실 운영사업」과 관련해 민간업체와 계약기간이 끝나는 학교들의 경우 민간업체와 재계약을 하지 말도록 하는 지침을 내려 파문이 일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해말 도내 지역교육청 관계자와 고등학교 교감들이 참석한 회의에서 「민간참여 학교컴퓨터 보급 및 교육」에 관한 업무추진 방안을 설명하고 각급 학교에는 계약이 끝날 경우 민간업체와 재계약을 하지 말도록 하는 내용의 지침을 내린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경기도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방과후 컴퓨터교실 운영사업은 일정기간 동안 민간업체가 일정액의 수강료를 받는 조건으로 학교에 멀티미디어 교육기자재를 공급해 교육을 실시하는 사업이고 계약기간이 끝나면 기증된 멀티미디어 교육기자재는 학교의 재산으로 전환되기 때문에 민간업체에 지속적인 이득을 주면서까지 재계약을 맺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오히려 학교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효율적인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러한 지침을 내린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일선 학교에서는 회계 및 물품관리 방법을 잘 모를 것 같아 지역교육청 관계자들에게 재계약의 불필요성을 설명했다』며 『아울러 과다한 수강료를 징수하고 교육내용이 부실한 학교에 대한 지도를 지역교육청 관계자들에게 설명했고 이같은 내용이 관내 학교에 파급될 수 있도록 전달하고 연수할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의 이같은 지침에 대해 관련업체들은 『재계약 여부는 학교·민간업체·학부모간에 자율적으로 처리할 문제지 도교육청이 직접 나서서 방침을 내리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며 반박하고 있다. 특히 이들 업체는 최근 방과후 컴퓨터교실을 신설하는 학교가 극히 드문 상태에서 경기도교육청의 지침내용이 타 시·도에까지 파급될 경우 「방과후 컴퓨터교실 운영사업」은 민간업체들에 막대한 재산상의 손실만을 남긴 채 사실상 끝나는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컴퓨터업체의 한 관계자는 『이 사업은 PC 보급을 확대하고 학부모와 학생에게는 사교육비를 절감시켜 주는 것 외에도 교육사업자에게는 적정 이윤을 보장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 교육부 정책사업이어서 민간업체들은 교육부를 믿고 사업에 참여했다』며 『경기도의 지침은 당초 교육부가 학생·학부모·민간업체 3자 모두에게 유익한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하고 모든 사항은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선택해 추진토록 한다는 약속과 어긋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현재 방과후 컴퓨터교실 운영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업체들은 지난 97년말부터 불어닥친 경제한파로 수익은 고사하고 일부업체는 부도위기에 몰리고 있고 대부분의 업체도 월 수백만원의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업체들의 상황도 이해해달라』고 요구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방과후 컴퓨터교실 운영사업의 내용을 담고 있는 교육부의 「민간참여 학교컴퓨터 보급 및 교육계획」에는 사업폐지시 3년전에 예고해 당사자를 보호키로 했는데 경기도교육청의 이러한 지침은 예고도 없이 갑자기 이루어지는 것이어서 민간업체들을 당혹케 함은 물론 일선 학교도 적지 않은 파행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일선 학교에 정보화관련 전문인력은 물론 정보화교육을 담당할 교사들이 부족한 상태에서 민간업체들이 방과후 컴퓨터교실 운영사업에서 철수할 경우 PC, 네트워크장비 등에 대한 유지·보수는 물론 교육의 질적 수준도 우려된다며 민간업체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이와 관련, 방과후 컴퓨터교실 운영업체 관련단체인 한국도농교육정보화운동본부(본부장 박막동)는 조만간 경기도교육청에 지침을 철회해달라는 요구서를 보낼 예정이며 이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집단행동에 나서기로 하는 등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교육부측은 『교육부에서는 재계약 문제와 관련해 시도교육청에 어떠한 지침도 내린 적이 없다』며 『재계약 여부는 학교·학부모·업체가 자율적으로 처리할 문제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방과후 컴퓨터교실 운영사업은 정보화 기반구축사업의 일환으로 PC 보급확대 및 정보화교육의 수준을 높이기 위한 것인 만큼 오히려 민간업체 참여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경기도교육청의 지침과는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한편 방과후 컴퓨터교실 운영사업은 지난 97년 2월 교육부가 「민간참여 학교컴퓨터 보급 및 교육계획」을 발표, 현재 50여개 업체들이 1만여개 초·중·고등학교에 컴퓨터교실을 설치, 운영하고 있으며 작년말까지 민간업체를 통해 약 5만여대의 PC가 보급된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