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CG특수효과 산업기반 무너진다

 활발히 싹을 틔우는가 싶던 한국영화의 컴퓨터그래픽(CG) 특수효과산업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 작년 한해 IMF 경제한파로 주요 CG업체들이 잇따라 도산하고 나머지 업체들도 활동이 크게 위축되면서 그나마 다져졌던 CG특수효과산업이 사장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특히 작년 한국영화 CG특수효과업계의 중추였던 LIM사와 광고CG를 통해 기반을 다진 후 영화시장에 뛰어들었던 비손텍의 도산은 관련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LIM은 지난 95년 호주 코닥사로부터 35억원 상당의 디지털 스캐닝·리코딩 장비 「씨네온」을 들여와 국내에서 CG특수효과영상을 필름화하는 외주작업의 대부분을 소화해왔다. 그러나 월 2억원 상당의 리스 부담과 모기업인 대선주조의 부도여파를 견디지 못해 문을 닫았다. 비손텍은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부터 영화 CG작업을 시작해 「총잡이」 「꼬리치는 남자」 등의 특수효과를 제작했고 97년에는 「표류일기」에 12억원을 직접 투자하기까지 했으나 영화가 흥행에 실패한 데다 교육용 소프트웨어 개발 투자부담까지 IMF에 연결되면서 도산했다.

 지난 94년 「구미호」를 통해 한국영화의 CG특수효과 시대를 열었던 영화사 신씨네도 최근에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 회사는 자체적으로 3D 애니메이션인 「아크」를 기획했으나 투자자가 나서지 않아 진전이 없는 상태다. 그나마 제로원픽쳐스와 미디아트가 버티고 있지만 활동이 크게 위축돼 있기는 마찬가지다. 두 회사는 광고CG 작업을 지속하고 영화CG를 수주하는 데 여력을 집중하고는 있지만 IMF 이후로 광고시장이 위축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처럼 주요 CG업체들이 도산하거나 활동이 위축되면서 전문인력의 해외유출도 잇따르고 있다. CG전문인력들은 지난 1년여 동안 프리랜서로 활동하거나 회사를 설립하는 등 나름대로 활로를 모색했으나 국내 CG시장이 침체되면서 최근 상당수가 일본 등지로 스카우트되고 있는 형편이어서 전문인력 공백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