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유통시장에서 신나라의 독주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 97∼98년 음반유통업계는 국세청 세무조사 파동과 IMF 경제한파를 겪으면서 주요 업체들이 잇따라 도산했고 지금은 신나라레코드물류만 건재하다.
그나마 음반물류를 유지하는 중견 유통업체로 웅진미디어와 탑뮤직이 있지만 두 업체 모두 물류량과 영향력에서 신나라에 견줄 수 없는 수준이다. 최근 음반유통업에 관심을 가졌던 삼성영상사업단이 해체작업에 들어감에 따라 당분간은 특별한 경쟁사도 등장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신나라의 음반유통시장 점유율이 40%를 넘어선 것으로 보이고 그로 인한 시장영향력은 「유아독존」에 가깝다』고 말한다. 이같은 신나라의 시장 영향력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일반적인 음반출하와 관련해 현재 국내 음반기획·제작사들의 신나라 의존도는 이미 70%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국내음반사들은 자체적인 직판 영업망 확충 없이 음반 전량을 도매업체들에게 공급해왔다. 따라서 중견 도매업체들의 잇따른 도산 앞에 신나라로 몰려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상대적으로 영향이 덜한 외국직배사들도 10%대를 밑돌던 신나라 의존도가 최근 들어 30∼32%로 상승했다. 실제 대형 음반소매업체를 중심으로 직판 물량을 확대해오던 한국BMG가 최근 전체 음반량의 28% 정도를 신나라를 통해 소화하고 있다. EMI코리아도 전체 음반량의 35% 정도를 신나라를 통해 출하하고 있는데 한때는 40%에 이른 적도 있었다. 워너뮤직·소니뮤직·폴리그램 등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최근 KBS문화사업단은 드라마음악 편집앨범을 기획하면서 원활한 음반유통의 부담 때문에 음반기획력이 우월한 외국직배사들을 밀어내고 신나라뮤직에 제작을 의뢰했다. 신나라의 영향력이 단순유통 뿐만 아니라 음반기획에까지 미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신나라의 연간 매출을 최소 3백50억∼4백억원대로 추산한다. 이 수치는 도매유통 뿐만 아니라 음반기획제작사 신나라뮤직과 서울의 압구정·용산·용두동, 부천, 부산, 대구, 대전 등지의 직영 음반소매점 매출을 포함시켰을 때의 예상치로 음반업계 최대 수준이다.
아직 신나라는 지난 96년 말 「아가동산」사건과 국세청 세무조사에 따른 짐을 덜어내지 못하고 있다. 2백억원대로 알려진 세금 추징에 묶여 있는 것이다. 그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추징금 반환여부에 신나라의 운명이 달려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신나라의 정문교 부사장은 『최근 들어 우리 회사의 음반유통 시장점유율이 35%를 넘어선 것은 인정하지만 전반적인 음반경기가 크게 위축된 점에 비춰 매출액이 크게 증가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