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R시장이 갈수록 불투명해지고 있다.
VCR시장은 이미 연평균 2∼3% 정도의 성장에 그치는 완숙기에 접어든 데다 기술도 보편화돼 공급과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때문에 VCR 가격은 매년 급락을 거듭, 업계의 채산성을 악화시키고 있다.
특히 앞으로는 디지털다기능디스크(DVD) 플레이어·디지털 VHS 등 디지털 제품군의 시장이 확대되면서 VCR의 수요가 정체 내지는 축소될 전망이다.
지난 80년대 이후 TV와 함께 영상가전시장을 풍미했던 VCR는 이제 사양길로 접어드는 기미가 짙어지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세계 VCR시장을 좌우하는 북미지역에서 더욱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북미지역에서는 지난해 VCR 가격이 연초에 비해 무려 평균 20%나 떨어졌다. 유명 브랜드 제품을 제외하고는 2헤드 VCR의 실판가가 연초에 1백달러 정도이던 것이 연말에는 79달러로 하락했다. 또 대당 1백20달러를 넘던 4헤드 모노제품도 99달러로 떨어졌다.
VCR는 이같은 큰폭의 가격하락으로 인해 연초까지만 하더라도 1백50달러 이하 제품의 판매비중이 전체 판매량의 7%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10월에는 전체의 22% 비중으로 높아지는 등 VCR 가격의 하향평준화가 매우 두드러졌다. 다행히 북미시장에서 VCR의 출하량은 처음으로 1천7백만대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북미시장에서는 1천7백만대 규모가 정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올해부터 VCR 수요가 DVD플레이어·DVHS가 주도하는 디지털 제품에 의해 서서히 잠식당할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특히 시장 관계자들은 VCR 가격이 지난해보다는 하락폭이 적지만 올해도 상당폭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북미 유통업체들은 고급 브랜드 제품이 아닌 경우 2헤드 제품이 79달러에서 6월까지 69달러로, 연말까지는 59달러로까지 떨어질 것이며 4헤드 모노는 현재 99달러에서 89달러로, 4헤드 하이파이 모델은 1백달러에 근접하게 떨어질 것으로 점치고 있다.
반면 저가 브랜드와 가격차이가 있는 유명 브랜드 제품은 4헤드 하이파이급 이상이 올해 기종에 따라 1백69달러에서 1백39달러의 가격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명 브랜드는 2헤드가 1백22달러에서 9월께는 1백9달러로, 4헤드 모노가 1백42달러에서 1백25달러로, 그리고 4헤드 하이파이가 2백22달러에서 1백88달러로 각각 하락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때문에 올해 VCR의 평균가격은 평균 10% 이상 떨어져 연초 1백75달러에서 연말에는 1백56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이같은 예상대로라면 4헤드 하이파이 기종이 4헤드 모노기종 가격대로까지 떨어질 것이기 때문에 2헤드 VCR나 4헤드 모노제품이 모두 초저가기종으로 전락, 둘 중 하나는 시장에서 사라질 가능성이 지배적이다.
유통업체들의 가격하락 전망을 두고 VCR업계는 올해도 VCR 가격이 이들의 예상대로 떨어진다면 과연 업체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문시 된다고 우려하고 있다.
<유성호기자 sungh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