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구조조정을 독려해온 정부가 뒤늦게 기업들에 신기술 개발 촉진의 시급성을 촉구하고 나서 주목된다. 이는 선진국 기업들이 가전·반도체·자동차 등에서 신기술과 관련한 합병·제휴 등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으나 우리 기업들은 경제위기 극복에 여념이 없어 세계적 추세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재정경제부가 3일 내놓은 「세계적인 신기술 동향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의 경우 오히려 구조조정 과정에서 연구개발(R&D) 투자와 인력을 감축하고 있어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지난 한해 동안 R&D 민간투자는 7조7천1백40억원으로 전년의 9조4천80억원에 비해 18.0% 감소했다. 기업체 연구원도 7만4천5백97명에서 7만1백61명으로 5.9%나 줄었다.
재경부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재무구조 개선을 중심으로 한 경영 구조조정에 머물고 있다』면서 『과학기술 중심의 새로운 대응체제를 갖추지 않으면 3∼4년 내에 우리 경제는 다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외국의 기업들은 시장의 글로벌화에 따른 국제 기술규격의 통일, 환경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신기술 개발 등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비용부담을 줄이기 위해 합종연횡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와 함께 인터넷으로 인해 유통·서비스산업에서도 혁명이 일어나고 있으며, 선진국의 자동차회사들은 가스배출량을 6∼8% 감축키로 결정한 교토의정서(97년 12월)에 따라 연료 3ℓ로 10㎞를 달리거나 전기모터를 사용하는 자동차의 개발에 힘쏟고 있고, 바이오기술에 의한 반도체산업의 도약 등도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지적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기술개발에 적지 않은 투자를 하고 있으나 대부분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기술보다는 안정성 높은 분야에 머물고 있다』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실패한 기술에 대한 공유를 통해 비용부담을 줄이는 방안도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근우기자 kwk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