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세계적인 반도체업체인 인텔사의 차세대 마이크로프로세서 이름이 「펜티엄Ⅲ」로 결정됐다. 이 차세대 칩은 인텔이 마이크로프로세서에 「펜티엄」 「펜티엄 MMX」 「펜티엄 프로」 「펜티엄Ⅱ」에 이어 펜티엄 명칭을 붙인 다섯번째 제품이다.
일명 카트마이(Katmai)로 불린 「펜티엄Ⅲ」 프로세서는 5백㎒와 4백50㎒ 두 종류가 있으며 P6아키텍처, 1백㎒ 시스템버스를 지원하고 5백12바이트의 L2캐시, 70개의 명령어, 인텔4백40BX 칩세트 등의 사양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이 차세대 칩은 출시하기도 전에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할 처지에 놓였다. 인텔이 소비자들의 심리적 저항감을 부추기는 실수를 저질렀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펜티엄Ⅲ」 칩 하나하나에 주민등록번호처럼 고유한 시리얼 넘버를 부여한다고 밝혔고 이는 곧바로 「불매운동」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불러왔다.
지난달 말 주요 외신들은 미국 사생활보호단체들이 인텔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lectronic Privacy Information Center(EPIC)」 「Privacy International」 「Junkbusters」 등 미국 소비자단체들은 이 기술이 적용되면 PC사용자의 움직임이 인터넷상에서 그대로 노출되기 때문에 상업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 단체는 이같은 기능이 담긴 「펜티엄Ⅲ」 프로세서 판매에 반발해 인텔 제품의 불매운동에 착수키로 했으며 인텔 측이 물러설 때까지 투쟁을 계속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인텔은 지난주 이들 단체와 회담했지만 오히려 단체들의 분노를 부채질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물론 이같은 문제로 인해 인텔의 「펜티엄Ⅲ」 정책이 흔들린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인텔은 최종적인 결론을 유보한 채 예정대로 오는 26일 미국지역을 시작으로 「펜티엄Ⅲ」 공급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하지만 지난 20년간 치밀한 마케팅전략으로 세계 마이크로프로세서 시장의 맹주 자리를 지켜온 인텔로서는 시리얼 넘버 부여에 대한 의미는 차치하고, 이번 사태로 체면을 크게 구긴 것 같다. 또 차세대 PC 대부분에 인텔 「펜티엄Ⅲ」 프로세서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로서도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번 사태를 「강 건너 불구경」만 할 수 없는 처지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