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제품의 수출방식이 다양해지고 있다.
수출이라면 으레 완제품을 만들어 해외시장에 내다파는 것으로만 여겨져 왔지만 IMF 이후에는 가전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해외 제휴업체에 공급하고 여기서 제품을 생산, 자가브랜드를 부착하는 형태의 수출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해외 현지업체와 OEM공급계약을 체결해 해외 현지업체에서 생산한 제품을 공급받아 자가브랜드로 판매하는 이른바 아웃소싱도 새로운 수출방식으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이처럼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수출방식은 대부분 투자를 최소화하면서도 수출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 대상지역도 아직까지 시장규모가 경제성에 맞추지 못할 정도이거나 새로운 시장으로의 신규진출에 따른 위험도가 큰 지역이 대부분이다.
IMF 이후 심각한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는 국내 가전업체들로서는 신시장에 진출하면서 대규모 투자를 전제로 해외 현지에 공장을 건설하고 여기서 제품을 생산하는 지금까지의 수출전략을 그대로 적용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이같은 새로운 수출방식을 도입하게 된 직접적인 이유인 셈이다.
특히 국내 생산에서 채산성을 맞출 수 없거나 가격경쟁력이 뒤질 경우에는 수출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플랜트수출이나 아웃소싱으로 이를 대체할 경우 설비를 그대로 활용해 수출을 그대로 유지하거나 오히려 확대할 수 있다는 것도 커다란 이점이다.
플랜트수출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내 가전업체들이 가장 보편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수출확대 전략 중 하나다.
국내 가전업체들이 해외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자본 및 생산부지는 현지업체에서 전담하고 국내 업체들은 가전제품 생산플랜트·생산기술·부품 등을 제공하는 형태의 플랜트수출은 이미 중남미나 중동 등지에서 커다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삼성전자는 콜롬비아와 이란에 각각 냉장고와 TV생산라인 설비를 수출하고 현지업체에서 생산한 제품에 자가브랜드를 부착, 해당국의 내수시장은 물론 인근지역으로 수출을 본격화하고 있으며 대우전자도 이란과 중국은 물론 서남아시아지역 등에 TV·VCR·냉장고·세탁기 등의 기술 및 플랜트를 수출, 현지업체에서 생산하고 있다.
아웃소싱 전략도 최근 새롭게 등장한 수출방식 중의 하나다. 이미 선진국에서 보편화된 아웃소싱은 플랜트수출과는 달리 아예 해외 현지의 투자 없이 자체 개발한 디자인과 설계를 해외 현지업체에 제공하고 현지업체에서 생산한 제품에 자가브랜드를 부착, 현지에서 판매하는 방식이다.
특히 아웃소싱 전략은 국내 생산으로는 채산성을 맞출 수 없는 비주력제품이나 국내에서는 생산하지 않는 특수제품을 현지생산으로 대체함으로써 국내에서는 주력제품만 생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현지 시장이 확대될 경우 안정적으로 시장진입이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이미 삼성전자가 이탈리아·중동·인도·중국 등에 비주력모델 및 특수모델을 현지에서 아웃소싱으로 대체해 신시장 개척에 성공을 거두고 있으며 LG전자도 전략시장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 대해서 직수출보다는 아웃소싱으로 대체하기 위한 검토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IMF 이후의 열악한 경제환경은 국내 가전업체들로 하여금 대대적인 조직 및 제품정비와 함께 수출전략에서도 과거 제품을 만들어 해외시장에 팔던 후진국 형태의 수출방식에서 선진국 형태의 수출방식으로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양승욱기자 swy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