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입학 시즌이 시작됐다. 올해 초·중·고등학교, 대학교 등 각급 학교의 졸업·입학생들은 줄잡아 3백50만명. 이들 졸업·입학생의 선물비로 쓰여지는 돈은 최소한 4천억∼5천억원이다. 경기침체로 경영압박을 받고 있는 전자업체들 입장에서는 매출을 늘릴 수 있는 호재 중에 호재다. 졸업·입학 선물 특수를 노린 전자업체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올해 졸업·입학 선물용 전자제품과 시장전망을 살펴본다.
<편집자>
2월은 졸업시즌이다. 10일을 전후해 초·중·고등학교의 졸업식이 열리고 20일 이후에는 대학교들이 졸업식을 갖는다. 각급 학교의 졸업식이 끝난 후 3월초에는 각급 학교의 입학식이 이어진다. 졸업을 축하하고 입학식 때 새 출발의 의미를 심어줄 졸업·입학 선물을 사야 할 때다.
올해 졸업을 하거나 입학을 앞두고 있는 사람들은 어림잡아 3백50만명. 평균 1만원짜리 선물용 전자제품을 사더라도 그 시장규모는 3천5백억원에 이른다. 최근들어 컴퓨터·휴대폰·오디오·게임기 등 고가제품이 졸업·입학 선물용으로 각광받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 시장규모는 4천억∼5천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게 관련업계의 분석이다. 이는 그동안 경기불황으로 어려움을 겪어온 전자업체와 백화점·할인점 등 유통점에 「특수」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가전 및 오디오업체를 비롯, 일선 대리점과 백화점, 대형 할인점, 홈쇼핑 케이블TV, 전자상가들이 졸업·입학 특수를 노려 선물용 전자제품을 기획판매하는 등 다양한 행사를 열거나 준비중이다.
그동안 졸업·입학 선물하면 학용품이나 앨범·필기류·가방·화장품 등이 주류를 이루었으나 최근에는 컴퓨터·휴대폰·게임기 등이 인기를 끌면서 졸업·입학시즌을 맞아 전자관련 업체와 유통점들이 다른 어느 업종보다 활발한 고객유치활동을 펼치고 있다.
가전업체를 비롯해 오디오, 컴퓨터 및 주변기기, 통신기기 및 서비스, 전자수첩 업체 등은 지난 1월말부터 학부모들의 시선을 끌 수 있는 교육적인 효과와 졸업·입학생들의 마음을 파고들 수 있는 다양한 광고문안·판촉안을 내놓고 있다. 대부분의 업체들은 이 기간에 할인가격을 적용한다. 따라서 졸업·입학생이 아니더라도 값싸게 자녀들에게 필요한 제품을 구입해 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최근 2, 3년 전부터 졸업·입학 선물로 가장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컴퓨터다. 컴퓨터는 대학 진학이나 졸업생은 물론 컴퓨터 조기 교육이 확산되면서 초등학교 입학선물로도 선호되고 있다. 멀티미디어시대의 총아인 컴퓨터는 학습과 연결된다는 점 외에도 한동안 각광을 받았던 게임기 수요까지 흡수하면서 갈수록 볼륨이 커지고 있다. 졸업·입학 시즌의 컴퓨터 수요는 컴퓨터뿐만 아니라 프린터·소프트웨어 등 관련 상품의 구매 증가를 부추기고 있어 이제 2∼3월은 컴퓨터 및 관련업계의 연중 최대 성수기로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컴퓨터업체들의 졸업·입학생을 노린 판촉활동이 상당히 활발하다. 삼성전자·LGIBM·대우통신·삼보컴퓨터 등 국내 컴퓨터업체들이 5일부터 일제히 10∼20일간 세일에 들어간다.
컴퓨터에 오디오 기능이 부가되면서 비록 수요가 줄어들기는 했지만 오디오는 아직도 졸업·입학생들이 선호하는 상품 중에 하나다. 오디오는 음악을 듣는다는 고유의 기능 외에도 어학을 익히는 도구로 활용되는 장점을 갖고 있다. 음악에 무게중심을 두는 경우 20만∼50만원대의 미니컴포넌트나 마이크로컴포넌트가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고 어학을 중시하는 학생들은 10만∼20만원대 카세트라디오나 가격부담이 적은 휴대형 카세트를 선호한다. 새롭게 선보이고 있는 MP3플레이어는 20만원 내외의 구매가격에 비해 원음 수준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나름대로 졸업·입학생들을 중심으로 수요를 넓혀갈 것으로 예상된다.
가전제품의 경우 TV나 VCR는 이미 보급이 포화상태에 접어들었고 1가구 2대의 기기를 보유하고 있는 가정이 많아 이제 졸업·입학 선물의 주류에서 비켜서 있는 상태다. 그러나 20인치 이하의 소형 TV와 학습기능이 부가된 VCR의 경우 예전처럼 수요가 많지는 않지만 여전히 졸업·입학 선물로 인기가 높다. 가전제품 중에서는 컴퓨터와 연결해 사진을 편집하고 제작할 수 있는 디지털 카메라가 성장 품목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가격도 30만원대에서 1백만원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해 선택의 폭이 넓다.
통신기기 및 서비스 가입은 컴퓨터와 함께 인기있는 졸업·입학 선물로 지목된다. 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품목인데다 고급 기종을 선택하지 않으면 초기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졸업·입학생을 겨냥한 판촉행사는 서비스 5사에서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다. 물론 주타깃은 대학 입학생이다. 그러나 최근 이동통신서비스가 고등학교를 중심으로 보급 확산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졸업·입학 선물용으로 그 수요를 예측하기 어렵다. 학원 폭력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고 자율학습이나 학원 수강 등으로 뒤늦은 귀가를 우려하는 학부모들이 많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의외로 고등학교 입학생들을 위한 졸업·입학 선물로도 한몫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비용부담이 적으면서 실속있는 선물들도 적지않다. 전자수첩과 면도기·시계·인버터스탠드 등은 10만원 내외 가격으로 선물이 가능하다. 이 가운데 각종 전화번호를 기록할 수 있고 영한·한영사전 기능을 갖춘 전자수첩은 중·고등학생부터 대학 졸업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이 좋아하는 상품이다. 비교적 저가인데다 기능과 가격대가 다양해 선물로 제격이다.
자녀들에게 무엇을 선물할까 하는 것은 졸업·입학을 앞둔 부모들의 고민거리일 수 있다. 특히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업체들의 판촉전은 선택에 혼란을 가져다 줄지도 모른다. 가능하다면 자녀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파악하고 주머니 사정을 감안, 그들에게 꼭 필요한 상품을 사주는 게 참다운 졸업·입학 선물이다.
<박주용기자 jy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