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벌브의 가격인상을 놓고 유리벌브업계와 브라운관업계의 줄다리기는 유리벌브업체의 승리로 끝날 조짐이다.
연초부터 유리벌브업체들은 가격인상 방침을 확정하고 공세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데 반해 브라운관업체들은 유리벌브업체들의 입장을 인정하면서도 가격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지연전술을 펼쳐왔다.
그러나 최근 양측의 협상이 급진전되면서 브라운관업체들은 유리벌브업체들의 입장을 받아들이는 선에서 합의된 것이다. 삼성코닝과 한국전기초자는 『지난 2년 동안 40%가 넘는 대폭적인 판매가격 하락으로 채산성이 극도로 악화됐다』면서 지난 1월부터 브라운관 유리벌브의 출고가격을 기종에 따라 10∼15%의 가격인상안을 확정하고 브라운관업체들과 실무협상을 진행시켜왔다.
특히 유리벌브업체들은 아사히글라스·일본전기초자(NEG) 등 일본 업체가 이미 브라운관 유리벌브 출고가격을 15∼20% 인상한데다 올해 용해로 정기설비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유리벌브 공급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주변여건이 좋아지면서 브라운관업체들에 가격인상안을 받아들이도록 밀어붙인 것.
그러나 국내 브라운관업체들은 연초부터 급격한 원화절상으로 수출채산성이 악화되고 있는 데 따라 개별적으로 유리벌브업체들과 가격협상을 진행하면서 될 수 있으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유리벌브의 가격인상을 최대한 늦춰왔다.
브라운관업체의 한 관계자는 『유리벌브업체들의 가격인상 요구는 타당성은 있지만 현 상황에선 유리벌브업체들의 입장을 그대로 수용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브라운관 가격이 몇 차례 인상됐으나 아직도 수익성을 확보할 수 없는 기종이 태반이다』고 밝혔다. 따라서 유리벌브업체와 브라운관업체들의 실무자들은 그동안 가격인상을 놓고 수 차례 협상을 벌여왔는데 양측의 이해가 팽팽하게 맞서 별다른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협상이 급진전되면서 양측이 서로 한발씩 양보해 기종에 따라 일부 가격인상을 차별적으로 적용시켜 나가는 데 합의했다.
현재 LG전자·삼성전관·오리온전기는 채산성을 확보한 일부 기종부터 가격인상을 먼저 적용하고 그렇지 못한 기종에 대해선 점차적으로 가격을 인상시킬 방침인데 늦어도 이달안으로 적용시켜줄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유리벌브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브라운관업체들은 수 차례에 걸쳐 가격을 인상시켜 놓고도 이를 협력업체에 적용시켜주지 않았으나 이번에는 브라운관의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유리벌브의 공급부족이 예상되는 등 주변여건의 호전으로 유리벌브의 가격인상을 관철시킬 수 있었다』면서 『가격인상으로 유리벌브의 채산성은 한결 호전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원철린기자 cr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