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 회화과 3학년 동급생인 김형준(26), 이소아(21)씨는 붓보다 마우스가 좋고, 종이보다 컴퓨터 모니터를 편하게 생각하는 별난 미대생들이다. 또 남들 눈치를 보기보다는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에 인생을 거는 당찬 신세대이기도 하다.
이들이 최근 서울 강남 그린컴퓨터아트스쿨에서 또래 대학생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애니메이션 기획과 제작과정을 소개하는 무료 세미나를 열어 주목을 끌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말에도 「제3회 한국컴퓨터아트대전」 애니메이션부문에서 금상을 수상했던 실력파들. 한국컴퓨터아트협회가 주최하는 이 대회는 「전자신문사 인터넷 홈페이지 경연대회」 「삼성SDS아트대전」과 함께 3대 신인 컴퓨터아티스트 등용문으로 꼽힌다.
두 사람의 공동데뷔작 「미러(Mirror)」는 게임 오프닝 동영상을 위한 3D애니메이션. 컴퓨터 게임프로그램의 전체 줄거리를 요약해서 보여주는 데모테이프 같은 것이다.
미러는 절제된 화면편집과 스피드, 자연스런 캐릭터 동작, 실제장면을 방불케 하는 연출, 풍부한 회화적 요소 등으로 보기 드문 수작이라는 평을 받았다.
이들은 김형준씨가 군 제대 후 같은 학년으로 복학하면서 만났다. 이들은 모두 만화광인 데다 수차례 3D애니메이션 공모전에서 고배를 마신 경험이 있다는 것도 같았다. 그래서 의기투합하기로 하고 작품기획에 들어갔고 3개월 동안의 밤샘작업 끝에 보란 듯 작품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그래서 이들이 생생한 경험을 곁들여 들려주는 애니메이션 강의는 듣는 이들에게 그동안 어렵게만 여겨졌던 3D게임 애니메이션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버리게 하는 데 충분해 큰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연필과 종이가 있다고 모두 다 그림을 잘 그리나요? 컴퓨터 애니메이션도 마찬가지입니다. 프로그램 실행에 필요한 기본적인 툴을 익히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문제는 그 툴로 어떤 창조물을 만들어내느냐죠.』
공모전 뒤 「3D스튜디오맥스 그리고 힌트」의 저자로 유명한 서승욱씨가 이들의 창의성을 높이 사 함께 일할 것을 제의해왔다.
이들은 이 제의를 받아들여 현재 「1999년 지구멸망」이라는 주제의 3D애니메이션을 기획하고 있다.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을 휴머니즘적인 시각으로 풀어낸 10분 내외의 작품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토이스토리 같은 세계적인 히트작품을 만들겠다는 당찬 꿈을 키우고 있는 김형준·이소아씨의 얼굴에서 한국 애니메이션계의 밝은 미래를 느낄 수 있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