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현대전자-LG반도체 통합」 「삼성자동차-대우전자간 사업 맞교환」 등 현대·대우·삼성·LG 등 4대그룹간 빅딜이 본격 추진되면서 이들 빅딜 대상기업의 규격시험소에 대한 향후 거취문제가 관련업계의 또다른 관심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가장 주목되는 대상은 삼성자동차 기흥 종합연구소 내 전자파적합성(EMC)시험소와 대우전자 용인 규격시험소. 이들 시험소는 국내 민간 규격시험소로는 보기 드물게 수십억∼수백억원을 투입해 만들어진 동종업계 최대 규모의 초대형 시험소다. 하지만 빅딜 대상기업에 이미 비슷한 시험소가 존재하고 있어 장차 빅딜성사 이후 어떤 식으로 처리될지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먼저 삼성그룹이 자동차사업에 뛰어들면서 세계적으로 자동차 전자장치 성능시험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는 EMC 연구와 관련시험을 커버하기 위해 수백억원을 투입, 지난해 설립한 기흥시험소의 경우 빅딜 파트너인 대우자동차측이 접수하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묘하게도 시험소 소재지가 삼성그룹의 텃밭인 기흥이어서 설비를 뜯어 옮겨야 하는데 EMC 설비의 특성상 이전을 하면 제성능을 내기 어려울 뿐더러 이전비용이 통상 신규 설치비의 60%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지는 등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 이에 따라 관련업계에서는 삼성전기·삼성전자 등 삼성 전자계열사들이 이를 「재활용」하는 선으로 가닥을 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우전자 용인 외사면 시험소 역시 현재로선 거취가 상당히 불투명한 상황이지만 모든 전자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한 대우그룹이 어떤 식으로든 이를 정리할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파트너인 삼성전자는 수원 규격시험소를 비롯, 사업장별로 상당한 관련설비와 조직을 갖추고 있어 삼성측으로의 피인수도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알려진 대로 삼성이 대우전자를 독립회사로 운영한다 해도 현재 EMC를 비롯, 안전규격 등 국내 최대 규모의 규격시험시설을 갖춘 용인시험소를 떠안기는 힘들 전망이다. 따라서 관련업계에서 분사형태로 독립시키거나 아니면 용인시험소 자산의 40% 가량을 출자한 것으로 알려진 대우통신이 외자유치 등을 통해 독립사로 출범하면서 이를 인수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 LG반도체를 인수, 메모리반도체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할 계획인 현대전자의 경우는 현 이천 규격시험소의 활용도가 떨어짐에 따라 분사형태로 독립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며, 기아자동차 아산EMC시험소는 기아를 독자브랜드와 독립사로 운영할 예정인 그룹 방침에 따라 별도 운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튼 정부의 강력한 빅딜 추진으로 새로운 운명을 맞게 된 4대그룹 주요 빅딜 대상기업의 규격시험소 거취문제는 현재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는 이들 기업의 빅딜 성사 결과와 함께 계속 관련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