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토롤러가 지난 67년부터 32년간 운영해온 현지 생산법인인 모토로라코리아를 대만의 ASE그룹에 매각키로 한 것은 한국이 낮은 인건비를 바탕으로 해외업체를 유치해 왔던 1세대 해외유치시대는 이제 마감됐다는 의미를 띠고 있다.
모토로라코리아는 지난 67년 모토롤러사의 첫 번째 해외생산기지로 광장동에서 출발해 97년 파주로 신축해 옮기기까지 32년간 43억달러 어치를 수출한 상징적인 존재였다. 특히 80년대 중반에는 국내 전자·전기기기 수출의 10%를 차지할 정도로 국내 전자산업 발전에 이바지했으며 같은 시기에 들어온 페어차일드사나 시그네틱스와 달리 최근까지도 공장을 운영, 국내 전자산업의 발달사와 궤를 같이 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토롤러가 모토로라코리아를 매각하게 된 것은 그들이 밝힌 자료에서도 나타났듯이 한국의 장래를 생산기지로서보다는 전세계 마케팅을 위한 R&D기지로서 더욱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지난 3년간 강도높게 진행해온 반도체사업부문 구조조정 작업도 이번 매각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는 평이다.
이에 대해 국내에서 유일하게 공장을 가동중인 TI코리아의 손영석 사장은 『한국은 이제 단순히 싼 인건비를 바탕으로 해외공장을 유치하는 시대는 지났으며 지역거점 확보나 고급기술과 인력을 바탕으로 연구소 및 첨단생산기지 등을 유치하는 전략적인 외자유치에 나서야 할 때』라고 충고했다.
모토롤러의 한국내 판매 및 R&D조직인 모토로라반도체통신은 이번 매각대금을 바탕으로 한국내 R&D조직 강화에 힘쓸 계획이다. 이 회사는 이미 지난해 1월 PCS단말기를 설계하는 코리아디자인센터를 개설했고 지난해 10월에는 파주공장에 단말기 관련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소프트웨어 센터도 개설한 바 있다. 또 국내 벤처업체들과 R&D 협력관계도 더욱 강화해 한국을 통신분야의 R&D전진기지로 육성해 나갈 계획이다.
이번 모토로라코리아 매각을 바라보는 업계의 시각은 이제 외자유치도 이스라엘이나 대만처럼 지식기반산업 중심의 해외 거점판매망 및 연구소 유치시대로 접어들었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