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관람석> 연풍연가

 사랑의 시작을 지켜보는 것은 때로는 안타깝지만 즐거운 일이기도 하다. 「연풍연가」는 제주도라는 공간이 주는 낭만과 함께 두 남녀의 만남을 통해 앞으로 시작될 가슴 두근거리는 사랑을 담아낸다.

 사랑의 결실을 맺는 신혼여행지 제주도를 새로운 사랑의 시발점으로 삼은 착상이 신선하다. 기획의도 대로 영화에서 제주도라는 공간은 집약적으로 잘 활용되고 있다. 자연의 풍광들은 일상적인 공간을 벗어난 자유로움을 느끼게 해주면서 동시에 주인공들이 주눅들지 않을 만큼 알맞게 볼거리를 제공한다. 단지 등장인물들의 설정이나 캐릭터가 공간 속에서 좀더 생기를 갖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아쉽다.

 내용은 사랑의 시작을 담고 있지만 「연풍연가」는 사실 시작보다 끝이 좋은 영화다. 초반에 보이는 배우들의 연기도 마치 신인 연기자를 대하듯 밋밋하다. 그러나 후반부로 갈수록 두 사람의 안타까움을 실어 전하는 스토리는 비교적 아기자기한 연출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결혼 3주일을 앞두고 쓰러져버린 아버지 때문에 사랑하는 여인에게 결별을 선언당한 남자 태희(장동건 분). 그는 회사에서 제의한 일본 연수도 거절한 채 지리한 일상에서 벗어나고자 무작정 제주도로 떠난다. 공항에서 우연히 관광가이드인 영서(고소영 분)가 뒤쫓던 소매치기를 잡아주고 이를 인연으로 태희는 영서에게 관광가이드 역할을 부탁한다. 소설가 지망생으로 영서는 홀어머니와 함께 살며 자신에게도 언젠가는 멋진 사랑이 나타나기를 꿈꾸지만 여행을 온 뭍의 남자에게 마음을 열기란 쉽지 않다.

 「연풍연가」는 태희가 제주도에 머무르는 4박5일 동안 영서를 만나고 그녀와 우연히 부딪히면서 그녀로 인해 새로운 사랑을 느끼게 되기까지의 과정이다. 『추자도를 꼭 봐야 한다』는 영서의 말에 태희와 영서는 추자도로 향하는 배에 오르고 그곳에서 태희는 신혼여행을 온 옛 애인과 마주친다.

 추자도에서 내리는 옛 애인을 피해 두 사람은 얼떨결에 마라도까지 가게 되고 그곳에서 서로가 시작되는 사랑의 감정을 발견한다. 제주도의 한 풍경처럼 그려지던 사랑이야기는 태희가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전화를 받고 서울로 급히 출발하면서 긴장감을 갖는다. 태희와 연락이 안되자 영서는 직접 서울로 올라가지만 서로 안타까운 엇갈림이 계속된다.

 마치 일본 미니시리즈를 보는 듯한 우연과 인연의 엇갈리는 교차점이 남발되지만 비교적 유치하거나 어색하지 않게 관객의 감성을 자극하는 것은 이 영화의 장점이다. 「접속」의 스태프들이 다시 모였다는 것과 한국 최초의 여성 촬영감독의 작품이라는 것이 화제가 되었지만 상품성에 비해 기술적인 면이나 완성도면에서는 아쉬움이 남는 영화다.

<자유기고가 엄용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