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 주요 반도체 장비업체들이 극자외선(EUV)이나 전자빔(Electron Beam) 등과 같은 차세대 노광기술 개발 계획을 잇따라 발표함에 따라 이 시장을 둘러싼 향후 주도권 경쟁에 반도체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러한 업계의 높은 관심은 현재 반도체 노광 공정에 주로 사용되는 자외선 스테퍼의 회로선폭 한계가 0.15미크론으로 향후 반도체의 집적용량이 기가급 단위로 넘어갈 경우 0.1미크론 이하의 미세 회로까지 형성할 수 있는 새로운 노광 장비의 등장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스테퍼는 반도체 회로가 그려진 사진 원판을 축소 투영렌즈를 통해 웨이퍼에 그려 넣는 장비로 사용하는 광원의 종류에 따라 그 해상도가 크게 달라진다.
때문에 현재 0.25미크론급 미세가공에는 파장이 2백48나노미터인 불화크립톤(KrF) 엑시머레이저가 주요 광원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향후 0.18미크론급 이하에서는 파장 1백93나노미터의 불화아르곤(ArF) 엑시머레이저가 사용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불화아르곤 레이저 광원이 본격 채용되기도 전에 1백나노미터 파장 이하의 EUV나 전자빔과 같은 새로운 광원 기술이 속속 개발됨으로써 이 분야 기술은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발전하게 됐다.
더욱이 니콘·SVG·ASML 등 세계 주요 스테퍼 생산업체들이 소자업체와 공동으로 각종 차세대 노광장치를 이미 개발하고 본격적인 상용화 작업을 추진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에 대한 업계의 궁금증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여기에 삼성전자·인텔·IBM·루슨트테크놀로지스 등 세계 주요 소자업체와 미국의 세마텍과 같은 반도체 관련 기술단체들도 차세대 노광 장비의 채용 및 개발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임에 따라 차세대 노광기술의 상용화 시기는 예상보다 훨씬 앞당겨질 전망이다.
실제로 세계 최대 스테퍼 생산업체인 일본 니콘은 최근 미국 IBM과 공동으로 전자빔(EB) 스테퍼에 사용될 전자광학계 핵심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이 기술이 채용된 EB 스테퍼는 16기가 D램의 생산에까지 대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생산효율도 기존 제조방식보다 4배 이상 높아 시간당 최대 40장의 웨이퍼를 처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미국 반도체업체인 루슨트테크놀로지스도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나 ASML 등 장비업체와 공동으로 「스칼펠(Scalpel)」이란 새로운 기술이 적용된 전자빔 노광시스템의 상용화를 추진중이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차세대 노광장치로 가장 유력시되는 것은 인텔과 AMD·모토롤러 등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개발중인 EUV 노광기술이다. 미국의 센트럴플로리다대학에서 개발된 EUV 노광기술은 현재 사용중인 광학계 시스템의 일종으로 파장이 극히 짧은 EUV파를 광원으로 이용해 0.1미크론 이하의 미세 회로에까지 대응할 수 있다. 특히 이 기술을 채용한 노광 장비는 전체 제품 크기가 소형 캐비닛 정도로 작고 가격도 저렴한 데다 기존 스테퍼 장치들과 호환성도 좋아 차세대 노광장치로 채택될 가능성이 현재로선 가장 높다.
최근 미국 세마텍이 개최한 「차세대 반도체 노광기술 콘퍼런스」의 한 설문조사에서도 현재 거론되고 있는 각종 차세대 노광기술 중 EUV 장치가 가장 유력한 후보로 지목됐으며 스칼펠 기술을 채용한 전자빔 시스템이 2위로 뽑혔다.
이와 관련,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EUV나 전자빔과 같은 차세대 노광기술이 본격 채용되기까지 아직 2, 3년은 더 기다려야 하지만 노광 분야는 전체 반도체 제조 공정의 최고 핵심 기술영역이기 때문에 이 분야의 향후 기술 주도권 향배는 반도체업계의 최대 관심거리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