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제실에 앉아 빌딩의 차양을 자동으로 조절하고 다른 방의 조명과 온도를 조절하는 것은 물론 방범과 방재까지 가능한 시스템을 갖춘 건물. 우리가 스마트빌딩, 인텔리전트 빌딩, 지능형 빌딩이라고 부르는 건물들은 이처럼 다양한 방식의 시스템을 갖춰 건물 입주자에게 편의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에너지를 절약해 궁극적으로는 환경보호 효과까지 가져다준다. 또 건축주에게는 건물의 가치를 높이고 관리비용을 줄여주는 경제적 효과도 안겨준다.
최근에는 네트워크 기술 발전에 힘입어 하나의 건물뿐만 아니라 여러 곳에 분산돼 있는 빌딩군을 관리할 수 있는 이른바 군 관리시스템까지 등장할 정도로 이 분야의 기술발전은 눈부시다. 특히 인텔리전트 빌딩은 특성상 사무자동화 요소, 통신용 네트워크, 빌딩제어시스템 등 각 시스템구축 기술을 통합하고 있다.
이 분야에 참여하고 있는 업체는 LG하니웰·에스비티·나라계전·현대정보기술·삼성SDS·농심데이타시스템·대우정보시스템·SKC&C·국제콘트롤·바시스·MBS코리아·포스콘 등 전문업체와 시스템통합(SI) 업체, 그리고 건설업체를 포함해 30여개사다.
국내에 인텔리전트 빌딩 개념이 도입된 것은 지난 80년대 중반이다. 초기에 이 시스템을 구축한 건물주들은 중앙집중과 분산처리 제어를 실현하는 시스템으로 빌딩설비, 열원, 전력제어는 물론 폐쇄회로(CC)TV와 침입경보센서를 활용한 방범까지 효율적으로 수행하면서 미래의 첨단 빌딩을 접하기 시작했다.
이후 발전을 거듭, 90년대 중반부터 사용자 요구와 조직 생산성을 중심으로 한 실용적인 시스템 구축으로 변화하게 된다. 이러한 분위기와 맞물려 90년대 중반 이후 빌딩주들도 빌딩 자산관리 차원에서 인텔리전트 빌딩 구축 도입에 높은 관심을 보이게 됐다. 업계도 이 시점을 실용적 차원의 본격적인 인텔리전트 빌딩 시스템(IBS)시대 개막 시점으로 평가하고 있다.
80년대부터 급속히 발전해온 IBS의 올 시장규모는 대략 1조원으로 방범 보안 시스템 시장에서 7천억∼8천억원, 빌딩제어시스템(BAS)에서 1천5백억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추정된다.
IMF라는 돌발상황을 맞으면서 주춤거리고는 있으나 지난 97년까지 해마다 10% 안팎의 매출 성장세를 보여온 IBS 시장의 발전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유명 BAS 솔루션을 보유한 외국업체들이 국내에 직접 진출하거나 투자를 강화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60년대 말 국내에 처음 진출한 일본의 야마다케사가 올 4월에 한국에 직접 진출, 시스템 구축에 나서는 한편 시스템 구축용 각종 기기 생산을 준비중이며 랜디스기어를 합병한 지멘스의 한국지사인 에스비티도 올 상반기 BAS 관련 설비생산을 위한 공장 마련을 마칠 계획이다.
미국 애쉴론사의 한국지사인 애쉴론코리아는 국내 네트워크 관련 업체를 대상으로 론칩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솔루션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 회사는 자체적으로 네트워크 통합사업자로 부르는 시스템통합 사업 협력자로 대림정보통신과 현대전자를 두고 한국내 론칩 표준화 관련 기술개발을 독려하는 등 영업기반을 넓혀나가고 있다.
또 전문 BAS 업체인 나라계전은 미국 냉동공조협회(ASHARE)가 빌딩자동제어를 위한 관련 네트워크의 표준으로 내세우고 있는 백넷(BACNet)을 기반으로 한 솔루션을 개발해 최근 소개하고 있기도 하다.
기술개발 차원에서 볼 때 국내 IBS 업계, 특히 BAS 업계는 최근 몇년 동안 급속한 발전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국내업체들의 기술개발 성과는 드문 것이 현실이다. 다만 국립기술품질원이 지난해부터 지난 1월 말까지 자본재 표준화사업의 일환으로 백넷 표준안을 마련, 연말까지 심의를 마치고 공고할 예정이어서 이 분야 표준화 노력을 가속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이 분야의 선진국인 미국의 경우 민간단체와 학계를 중심으로 통신망 표준화를 체계화하는 한편 민간정보통신 산업협회기구(EISTIA)와 활발한 협의를 해나가면서 산업활성화를 모색하고 있다.
이들은 업무용 빌딩배선 기준, 배선공간 기준 등을 표준화하고 이를 국제표준화기구 안건으로 상정해 사전 국제표준화 안으로 수용하도록 해놓을 정도로 적극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85년부터 인텔리전트 빌딩 구축을 본격화하기 시작한 일본도 최근 들어 임대 전용 인텔리전트빌딩 구축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국내외 시장 상황을 고려해 IBS 산업 발전을 위한 많은 혁신적 의견이 산학계에서 제시되고 있다.
첫째, 기존 시스템을 향후 업그레이드 또는 시스템 교체나 확장에 대응할 수 있도록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는 IBS 사업자들이 시스템 구축설계 단계에서부터 유연성과 변경, 교체가 쉬운 시공력을 감안한 시스템 구축을 함으로써 가능하다.
둘째로 통신시스템간 인터페이스와 정보화 진전에 따른 사무환경의 변화를 설계 시공에 엄격하게 반영하지 않는 점도 지적된다.
최근 들어 국내 IBS 관련 업계에는 효율적이고 다양한 IBS 빌딩 설계, 구축과 관련해 다양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즉, 일반적으로 제각각 발주되는 통신설비·사무자동화·빌딩제어 등 세 부분으로 나누어 시공한 이후 최종단계에서 이를 통합하는 과정의 비효율성 문제가 제기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와 함께 최근 업계의 화젯거리로 등장한 것은 빌딩자동제어 요소 시스템간 통신 호환성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네트워크 통신방식의 표준화 노력이다.
빌딩운영에 있어 IBS 통합을 위한 시스템 상호간의 통신기준으로 전세계 산업계의 지지를 얻고 있는 방식으로는 미국의 에실론사가 제안한 이른바 론칩을 기반으로 한 빌딩제어용 통신 호환시스템 기술인 론웍스, 그리고 미국 냉동공조공학회(ASHARE)가 제시한 빌딩자동제어 표준인 이른바 백넷(데이터 커뮤니케이션 프로토콜 포 빌딩 오토메이션 네트워크) 표준이 있다. 이러한 방식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업계의 빌딩자동제어 기술수준은 고도의 IBS 기술을 실현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것으로 인식된다.
LG하니웰·대우정보기술·나라계전·에스비티 등은 중소형 건물의 자동화 장비를 생산하고 있지만 대형 제품의 경우 미국의 하니웰·존슨컨트롤·앤도버·지멘스에 상당부분의 장비와 기술을 의존해야 하는 현실이다.
국내업체들이 외국업체에 비해 기술력에서 뒤지는 만큼 빌딩자동제어의 핵심기술인 네트워킹 기술을 확보해나가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재구기자 jklee@etnews. 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