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평면모니터 "논쟁"보다 "공조" 급하다

 최근 들어 새로운 기술이 대거 채택된 컴퓨터 모니터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모니터의 품질평가기준도 종전의 제품 크기와 해상도 위주에서 이제는 눈의 피로를 줄이고 선명도를 높이는 등의 다양한 기술 등으로 크게 변모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세계 모니터 신기술의 선도분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 컬러 모니터용 브라운관(CDT)의 평면화 기술이다

 지금까지 컴퓨터용 모니터는 대부분 곡면브라운관을 채택하는 제작특성 때문에 선명도의 향상이 한계에 부딪치고, 사용자가 오랜 시간 사용할 경우 눈의 피로도가 누적되는 현상을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최근 등장한 평면모니터는 이같은 기존 곡면모니터의 단점을 크게 줄이는 혁신적인 제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평면모니터는 세계 고급 모니터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히타치제작소·소니 등 일본 전자업체들이 세계시장에 공급을 시작한 데 이어 지난해부터는 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 주요 전자업체들이 제품개발을 완료하면서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평면모니터가 새로운 기술 패러다임으로 정착하기도 전에 국내에서 논란의 소용돌이속에 휘말리고 있다. 국내 컴퓨터 모니터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평면모니터의 완전평면도 실현 여부를 둘러싸고 한치 양보없는 논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번 「평면」논쟁은 국내 전자업계의 양대산맥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서로 자존심을 걸고 공방을 계속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두 회사는 지난해 말 평면모니터 광고를 과대광고라며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더니 이달 들어서는 상대 제품에 대해 평면모니터가 아니라는 주장을 제기하면서 소비자를 대상으로 제품 비교 공개 평가회까지 실시하고 있다.

 특히 두 회사의 논쟁은 고부가가치 품목인 평면모니터 시장이 국내에서도 올해를 기점으로 급부상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양측이 시장주도권 확보를 위해 대대적인 사업계획을 발표한 시기와 맞물려 발생하면서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인상이다.

 현재 전세계에서 사용되고 있는 PC용 모니터 중 약 20%가 우리나라 제품이다. 이는 대만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세계시장 점유율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세계시장의 약 13%에 달하는 점유율로 단일업체로는 세계 최대다. 그러나 이같은 외형에도 불구하고 국내 모니터업계는 풀어야 할 많은 숙제를 가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따라서 이번 두 회사의 논쟁은 급격하게 하락하고 있는 세계 모니터 가격구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저가격을 무기로 세계 모니터시장의 절반 이상을 공급하고 있는 대만 업체와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기술력으로 승부한다」는 측면에서 볼 때 일견 바람직한 면이 있다고 할 수도 있다.

 또 국산 모니터의 경우 세계시장에서 양적으로는 우위에 있지만 고급 평면모니터, 19인치 이상 대형모니터 등 첨단기술이 요구되는 분야에서는 질적으로 수세에 몰리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 모니터업체들은 더 이상 특색없는 제품으로 일본 전자업체들과 경쟁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다같이 세계 모니터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체로서 국산 모니터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좀더 차원 높은 안목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공동전략이 있어야 한다.

 더욱이 평면모니터는 이제 막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한 제품이라 올해부터 제품공급이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세계시장 1위 도약은 시간문제라고 본다.

 국내에서 「평면」논쟁이 가열될 경우 자칫하다간 소탐대실의 우를 범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은 세계시장 공략을 위한 두 회사의 협력체제 구축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시점이다.

 더군다나 IMF 사태로 국내 경제전반이 침체국면을 걷는 가운데서도 모니터는 PC·메모리반도체·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등과 함께 수출 주도상품으로 확고히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올해 국내 모니터 수출은 지난해 5조원 규모에서 6조∼7조원대로 늘어나 세계 모니터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25% 이상으로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시점에 두 회사가 성능논쟁을 벌이며 상대 제품을 「평가절하」하는 것은 수출전략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발목을 잡는 행위로밖에 볼 수 없다. 이번 두 회사의 평면모니터 성능경쟁이 세계시장을 겨냥한 기술경연의 장으로 이어지고 나아가서는 국내 모니터산업 활성화를 위한 공조체제를 마련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