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ITS 표준화 활동

이상건 국토연구원 교통정책연구실 책임연구원

 지난 90년대 초 지능형교통시스템(ITS)이 도입되기 시작하면서부터 우리나라에서도 교통분야에 정보화 바람이 서서히 불기 시작했다.

 70년대부터 ITS를 추진해온 일본이나 서유럽 국가에 비하면 비록 늦게 시작되긴 했지만 ITS는 21세기 정보시대를 대비한 첨단 교통정보시스템으로서 그리고 당면한 교통혼잡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해 줄 수 있는 기대주로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작년 10월에 세계에서 다섯번째로 교통산업분야의 올림픽이라 할 수 있는 ITS 세계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바 있어 ITS를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는 아시아지역의 몇 안되는 국가의 하나로 세계가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국내에서 추진되고 있는 각종 ITS사업이 국제적 위상과 차세대 교통시스템이라는 기대에 걸맞게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진행되고 있는지는 다소 의문시되며 이에 따른 구체적인 원인분석과 대책이 강구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주지하다시피 ITS는 지리적으로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서 상호연계된 형태로 구현될 것이므로 효율적인 시스템 운영과 중복투자를 미리 방지하기 위한 치밀한 계획이 요구된다. 즉 표준화작업을 통한 전국적인 데이터 교환 및 상호운용이 가능하고 정부부처 및 지자체별로 계획·추진중인 사업의 통일성을 확보해야 하는 것이다.

 세계시장에서 우리나라가 ITS산업의 독자적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국제표준화회의 등에 적극 참가, 선진기술동향을 파악하고 우수한 우리 기술을 적극 반영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ITS 표준화 활동은 전반적으로 참여수준이 저조하고 관련기관별로 산발적·단편적으로 추진되고 있어 획기적인 활성화 대책과 통합적인 추진체제의 정립이 요구되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와중에 정부가 건교부를 중심으로 국가ITS표준화사업을 활성화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로 여겨진다.

 ITS 국제표준전담기구인 ISO/TC204가 지난해 개최한 ITS 표준화 서울총회는 국내 ITS 전문가들에게 ITS분야의 국제 표준화 활동을 직접 경험하고 교류하는 좋은 장을 제공했다. 특히 이 행사는 국내 전문가들에게 교통정보화분야 표준화 활동에 대한 기본적인 중요성 인식과 토대를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국내 ITS산업에 대한 관심제고, 특히 ITS코리아(가칭)라는 민간 ITS전담기구의 설립을 통한 관련사업의 효율화와 체계화를 확보하도록 자극하는 계기가 됐다.

 정부 차원에서도 이와 관련해 지난 96년부터 「국가 ITS 아키텍처」 초안 마련에 들어갔으며 최근 이를 기초로 한 표준화 과제의 선정 및 우선순위 설정 등 세부 추진계획을 정립해 놓고 있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ITS표준화사업을 지원할 예정이다.

 무엇보다도 고무적인 것은 올초 「교통체계효율화법」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향후 ITS에 관한 표준의 개발 및 제정에 대한 법적 근거를 가질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현재 일부 선진국들은 체계적인 표준화 과정의 도출없이 산발적으로 ITS사업을 추진, 많은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우리도 이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ITS와 관련된 모든 이해 당사자들이 한데 모여 역량을 집약시키고 상호 공조체제를 구축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올해부터 본격 추진되는 ITS표준화사업에 산·학·연 관련전문가의 적극적인 관심과 동참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