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교육정보화 이대론 안된다 18> 컴퓨터교실 사업의 위기 (중)

 경기도교육청이 「방과후 컴퓨터교실 운영사업」을 펼치고 있는 초·중·고등학교 중 민간업체와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곳에 대해 재계약을 하지 말도록 지침을 내린 데 대한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민간업체들은 손해배상 청구와 같은 강력 대응을 모색하고 있으며 일선학교에선 후속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방과후 컴퓨터교실 운영사업자단체인 (사)도농교육정보화운동본부(본부장 박막동)는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대책회의를 열고 경기도교육청의 지침이 철회되지 않을 경우 정부를 대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을 잠정 결의했다.

 운동본부는 『경기도교육청의 재계약 불허지침은 결국 사업종료와 같은 결과를 낳게 된다』며 『이는 지난 97년 2월 교육부가 발표한 「민간참여 학교컴퓨터 보급 및 교육계획」에서 명시한 「향후 본 사업 폐지시에는 3년전에 예고하여 당사자를 보호한다」는 내용과 정면 위배되며 약속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대책회의에 참석한 업체들은 『경기도교육청의 지침이 다른 시도교육청에 파급되면 사업이 종료될 수밖에 없고 그럴 경우 대부분의 업체들은 부도위기에 직면하게 된다』며 『현실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재계약을 못하도록 한 것은 정부의 교육정보화 정책이 얼마나 무책임하게 추진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들 업체는 우선 교육부와 경기도교육청에 학교와 민간업체가 재계약 여부를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보내고, 이같은 내용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사회단체의 협조를 구하는 한편 업체들이 「방과후 컴퓨터교실 운영사업」으로 인해 피해를 본 내역을 작성해 정부를 대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이들 업체는 경기도교육청의 지침은 교육부가 민간업체 참여를 활성화하겠다는 방침과도 위배되는 것이라며 교육부가 뚜렷한 입장을 표명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민간업체들이 이를 행동으로 옮길지는 아직 미지수이나 집단으로 실력행사를 할 경우 일선학교는 가장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현재 대부분의 민간업체들은 렌털사·리스사·할부금융사 등으로부터 PC·네트워크 등의 장비를 할부로 구입해 매월 장비대금과 이자를 지불하고 있는 상태여서 아직까지 이들 장비를 기증받지 못한 채 방과후 컴퓨터교실을 운영하는 학교나 이미 기증받은 학교 모두가 소유권 문제를 안고 있다.

 전자의 경우 이처럼 일방적으로 계약이 끝나고 재계약을 하지 못하면 사실상 장비의 기증 자체가 어려워질 전망이다. 왜냐하면 민간업체가 할부금액을 완납해야만 이들 장비가 민간업체 소유로 전환되고 민간업체는 이를 다시 학교에 기증, 학교재산으로 등록되는데 민간업체가 할부금을 내지 못하면 장비 소유권은 렌털·리스 등 대여회사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즉 일방적인 재계약 불가로 민간업체가 철수하게 되면 할부금을 회수하지 못한 대여회사가 학교에 설치된 장비를 회수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현재 민간업체들은 대부분 학교 계약기간에 맞춰 할부액을 책정, 납부하고 있으나 일부는 학교와 계약기간을 넘는 조건으로 리스·렌털사 등과 계약을 체결해 학교와의 계약기간이 끝나도 계속 할부금을 납부해야 하는 상황이다.

 후자의 경우는 더욱 복잡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할부금을 회수하지 못한 대여회사들이 소유권을 주장함으로써 장비를 기증받은 학교와 소유권 분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경우 민간업체는 대여회사의 소유장비를 임의로 학교에 기증한 결과가 돼 법적으로 곤란한 입장에 놓일 수 있다.

 그래서 다음달부터 계약만료 사례가 나타나는 경기도내 일선 학교들은 경기도교육청의 재계약 불가방침에 대해 갈피를 잡지 못한 채 추이를 살피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민간업체들이 떠났을 경우 자체적으로 컴퓨터교실을 운영할 만한 능력을 갖추지 못한 학교들은 더욱 난감해하고 있다.

 경기도 A초등학교의 한 관계자는 『지난 97년말에 민간업체와 컴퓨터교실 운영에 따른 계약을 맺고 「방과후 컴퓨터교실」을 운영중인데 현재까지는 운영상의 큰 문제점이 없고 학생·학부모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 민간업체와 지속적으로 사업을 희망하고 있다』며 『재계약 문제는 올해말로 예정돼 있는 계약기간이 종료되는 시점에서 고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기도내 또 다른 초등학교의 한 관계자는 그러나 『민간업체의 교육내용이 만족스럽지 않아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적지 않은 불만을 사고 있는 상황』이라며 『학교의 일부 교사와 외부강사를 영입해 학교가 직접 운영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정보화 전문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일부 학교의 경우 자질이 떨어지는 민간업체로 인해 교육이 부실하거나 장비들도 저가제품이 들어가 운영이 부실한 곳도 적지 않으나 그렇지 않은 학교도 상당수인 것으로 안다』며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재계약 체결여부 문제보다 「방과후 컴퓨터교실 사업」의 질을 높이고 효율적인 운영을 위한 개선책 마련이 오히려 시급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