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한국전자산업 40년> 가전부문.. 음향가전

 국내 전자산업의 역사는 곧 오디오산업의 발전사라고 할 수 있다.

 LG전자의 전신인 금성사가 전기식 라디오인 모델 A-501을 최초로 개발한 59년을 한국 전자산업의 출발점으로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오디오가 처음 소개된 것은 이보다 훨씬 앞선다. 우리나라에 소개된 최초의 유성기는 1857년 영국인 레온 스콧이 만든 자음기로 1866년 아산만에서 통상을 요구했던 프러시아인 오베르트가 여흥을 베푼 자리에서 이 기기의 소리를 들려주었다.

 라디오 수신기가 보급되기 시작한 것은 진공관식 라디오로 일본 천황의 항복소리를 듣고 미군이 이 땅에 진주한 45년부터다. 이 때부터 60년대 우리 나름의 독자적인 전자산업이 출발하기 전까지 국내 오디오 시장은 외국제품들이 장악했으며 라디오는 일부 부유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우리나라가 첫 전파를 발사한 것은 26년 일본인들에 의해 경성방송국(현 KBS전신)이 JODK로 개국한 이듬해 2월 16일로 전파매체시대를 열었다.

 59년 라디오 조립으로 시작된 오디오산업은 67년에 생산액이 30억원에 달했으며 라디오와 전축의 내수를 절반정도 공급할 수 있게 됐다. 1965년부터 트랜지스터 라디오는 55만달러 수출을 달성하면서 수출 주도품목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는데 66년 3백5만달러, 67년 상반기에만 2백61만달러로 그 액수가 점차 늘어났다.

 우리나라 오디오산업이 본격화한 것은 개발도상국으로 어느정도 위치를 확보했던 70년대부터다.

 이 당시 국내 오디오 시장은 천일사의 별표와 성우전자의 독수리표가 주도했으며 이외에도 몇 종류의 전축이 수공업 형태로 판매됐지만 이렇다할 오디오시스템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천일사는 수공업으로 시작해 20년간 오직 진공관 오디오와 전축을 생산하면서 오디오산업의 맥을 이어가다가 78년 지금의 태광산업에 인수됐다.

 70년대들어 동남전기·올림퍼스전자·정품물산 등이 오디오산업에 참여했으며 국내 최초의 오디오 전문업체인 한국일렉트로보이스가 합작형태로 설립됐는데 이 회사가 바로 훗날 동원전자로 불리다가 오늘날 인켈을 거쳐 해태전자가 됐다.

 73년 한국롯데와 일본 오디오 전문업체인 파이어니어가 50대50 합작으로 롯데파이오니아를 설립했으며 국내 최초로 컬러TV를 생산했던 아남전기가 테크닉스와 기술제휴로 오디오 제품을 생산하다 일본 지분 50%를 인수한 이후 독자적으로 오디오제품을 생산해왔다.

 83년엔 대우전자가 당시 경영난에 허덕이던 대한전선 오렉스를 인수해 본격적으로 오디오산업에 뛰어들어 휴대형 오디오를 수출했는데 특히 스테레오 라디오 녹음기는 연간 3백만대 이상을 수출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다.

 70년대까지만 해도 국내 업체들이 속속 오디오 시장에 진출했지만 여전히 일본제품을 위시한 외국제품들이 시장을 주도해갔다.

 우리나라 전자산업은 성년을 넘긴 80년대부터 본격적인 성장기에 돌입했는데 이 때 수요가 늘기 시작한 것이 카세트 녹음기 종류로 고가의 오디오시스템을 장만하지 못한 서민들에게 FM방송과 녹음테이프를 같이 들을 수 있는 휴대형 또는 미니형 제품이 단연 인기였다.10여개 중소기업들이 가세한 80년대초에는 연간 생산규모가 2백만대를 넘어설 정도였다.

 80년대들어 IC반도체 회로로 인해 오디오산업이 엄청난 변화와 발전을 경험하게 되는데 이 때 등장한 제품이 바로 CD플레이어와 리시버앰프를 탑재한 오디오시스템으로 국내 오디오산업에도 마침내 디지털시대가 열리게 된 것이다.

 86년 아시안게임과 88년 올림픽을 거치면서 AV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삼성·LG·대우 등 가전3사가 미니컴포넌트 오디오시스템을 앞세워 오디오 전문업체들에 도전장을 던져 수요확산에 큰 기여를 하게 된다.

 가전3사의 보급형 제품을 앞세운 적극적인 공세에 위기감을 느낀 오디오 전문업체들은 보급형보다는 하이파이급과 하이엔드급 등 고급형 제품에 주력하는 한편 수출에 큰 힘을 쏟게 된다.

 90년대들어 오디오산업은 극과 극을 경험하게 되는데 95년까지 순수 오디오시장 규모만도 연간 5천억∼6천억원을 넘나들면서 사상 최대 호황을 누리던 오디오업계는 96년부터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하더니 97년말에는 IMF한파로 사상 최악의 위기상황을 맞게 된다.

 대다수 중소 오디오업체들이 하나둘씩 자취를 감추기 시작하더니 94년엔 오디오업계의 주도업체인 인켈이 해태전자에 인수돼 브랜드명만 유지하고 있으며 90년대ㅈ 후반들어선 내수 및 수출부진으로 산업자체가 붕괴위기를 맞고 있다.

 그렇다면 오디오산업은 20세기로 끝나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결코 아니다.

 현재 오디오산업이 존폐위기를 맞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등장한 미니디스크(MD)플레이어와 MP3플레이어 등 디지털 오디오 제품과 신개념 오디오가 속속 등장해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점에 비춰볼 때 재도약의 여력이 아직은 남아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김종윤기자 jy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