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반도체산업은 최근 2∼3년 동안의 혹독한 불황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수출산업의 대명사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국내 전자산업, 나아가 국내 전체의 산업을 통틀어 반도체산업 만큼 세계시장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제품은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분야에서 만큼은 요지부동의 세계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전세계 D램업체들이 수천억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한 98년에도 삼성전자는 유일하게 1조원에 육박하는 대규모 흑자를 기록한 또하나의 기적을 만든 것이다.
그러나 반도체산업이 세계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기까지 성장과정이 결코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국내 반도체산업의 효시는 지금부터 약 34년 전인 65년 12월 3일 미국의 코미사가 25%를 합작투자해 설립한 고미산업이다. 이어 66년 시그네틱스, 67년 페어차일드, 모토롤러 등 미국의 반도체회사들이 한국에 속속 조립공장을 건립했고 74년에는 웨이퍼를 가공해 반도체를 생산하는 본격적인 의미의 반도체업체인 한국반도체가 미국업체와 합작으로 설립됐다.
오늘날과 같은 개념의 반도체산업이 정착된 것은 삼성전자가 메모리사업 투자를 결심한 83년부터라고 할 수 있다. 이어 현대그룹과 LG그룹이 반도체사업에 본격적으로 가세, 이른바 「반도체 기적」의 첫걸음을 내딛은 것이다.
우리나라 반도체산업의 절정은 이로부터 10여년이 지난 95년이다. 삼성전자가 반도체부문에서만 3조원에 가까운 순이익을 창출했고 LG와 현대도 1조원 안팎의 이윤을 실현하면서 반도체는 우리나라 산업에 없어서는 안될 핵심사업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그리고 99년 초. 3년간 계속된 D램 가격 폭락과 IMF 위기를 맞으면서 국내 반도체산업은 사상 최대의 변혁기에 직면했다. LG반도체가 현대전자에 흡수되는 이른바 빅딜이 성사된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 반도체산업의 얼굴인 메모리산업은 세계 1위와 2위를 다투는 빅2 체제로 새로운 밀레니엄을 준비하고 있다.
<최승철기자 sc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