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반도체 산업은 전체 생산량의 90% 이상을 수출하는 수출주도형 산업이면서 전체 수요의 약 70%를 수입에 의존하는 이중구조를 띠고 있다. 또 전체 생산량의 80% 이상이 메모리 제품이며 수입제품 대부분이 비메모리 제품이다.
이처럼 메모리 제품 위주의 사업구조를 나타내는 한국 반도체 산업이 처음은 비메모리 제품부터 시작했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다.
국내 시스템 반도체의 출발은 삼성전자가 국내 최초의 IC인 LED 전자손목시계용 CMOS LSI 칩을 선보인 75년. 메모리 제품 출발은 이보다 한참 뒤인 삼성이 64KD램을 개발한 83년이었다. 전자시계용 IC에서 시작한 국내 시스템 IC의 역사는 그후 80년대 컬러TV시대가 개막되면서 컬러TV용 IC를 개발하기도 하는 등 중흥기를 맞는 듯 보였다. 그러나 국내 시스템업체들이 국산 반도체의 기술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해외업체들이 국산화된 제품에 대해 전략적으로 저가 공세에 나서면서 국내업체에서도 외면당하는 신세로 전락하게 된다.
특히 84년부터 진행된 국내반도체 업체들의 메모리 사업 참여는 이 부분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면서 국내 비메모리 사업을 더욱 위축시켰다.
그러나 경기 사이클에 따라 수익이 크게 좌우되던 메모리 사업에 항상 불안해왔던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94년, 95년 메모리 사업에서의 대규모 흑자를 바탕으로 다시 비메모리 분야에 의욕적인 투자를 집행했다.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비메모리 사업 확대책은 주로 해외 선진 비메모리 반도체 업체의 인수나 전략적 제휴로 나타났다. 이는 단기간에 성과를 거두겠다는 의도로 현대전자의 AT&T 비메모리 사업부문 인수, 삼성전자의 DEC사와의 알파칩 전략제휴 등이 이 시기에 이뤄졌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은 핵심인력 유출과 시장 판단오류로 대부분의 사례에서 실패를 경험하게 된다. 이에 따라 국내반도체 업체들은 최근 자체 기술 육성을 바탕으로 하는 종합적인 비메모리 육성계획을 수립했다.
현대전자는 오는 2001년에 복합반도체(MML), 이미지센서, 위성방송용반도체, MPEG4칩 등 시스템 IC분야에서 총 10억달러의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으며 삼성전자는 앞으로 3년 동안 시스템 IC분야에 1조3천억원을 투자하고 2001년에 시스템 IC에서 5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다는 계획을 마련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