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한국전자산업 40년> 부품부문 성장사

 국내 전자부품산업은 해방 이후 태동하기 시작해 60년대 발아기를 지나 70년대 성장기를 거치면서 성숙하기 시작해 기술자립화 기반이 마련된 80년대를 보내면서 명실상부한 전자산업의 한 축을 담당했고 디지털부품시대로 지칭되는 90년대에 접어들어 새로운 도약의 전기를 마련하고 있다.

 전기·전자가 산업으로서 명확히 구분되지 않았던 50년대까지 일부 적산기업을 중심으로 형성된 전자부품산업은 지난 56년 삼화전기(현 삼화콘덴서)가 진상용 콘덴서를 조립하기 시작함으로써 그 싹이 돋기 시작해 63년 라디오용 콘덴서를 개발함으로써 걸음마를 하게 됐다.

 이후 정부가 전자산업육성을 위해 선진 외국 자본·기술유치 방침을 세우고 외자도입법을 제정하면서 외국계 전자부품업체들이 구로 수출산업공업단지에 들어서고 합작법인 형태의 전자부품업체들이 설립되기 시작했다.

 66년 금성사가 흑백TV를 생산하기 시작한 것을 계기로 성장가도에 들어간 국내 전자부품산업은 70년대 마산·구미공단이 들어서면서 섬유와 더불어 국내 최대 수출산업으로 부상했다.

 국내 전자부품산업의 성장기로 일컬어지는 70년대에는 현재 국내 전자부품산업을 이끌고 있는 주요 기업들이 우후죽순격으로 탄생했다. 우선 69년말경 흑백TV의 핵심부품인 브라운관을 제조하는 오리온전기가 출범했고 71년에는 금성사(현재는 LG전자부품으로 독립)가 튜너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73년 한국단자가 커넥터를, 금성전기(현 LG전자부품)가 하이브리드 IC를, 금성사·풍성전기 등이 가전제품용 소형 모터를 각각 생산했다.

 그동안 수입에 의존해온 전자부품을 우리손으로 제작해보자는 전자부품 국산화 열풍을 타고 욱일승천하던 국내 전자부품산업은 두차례에 걸친 석유파동을 거치면서 부침을 거듭한 결과 80년대의 대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70년대 중반까지 주력 전자제품이 라디오·전화기·흑백TV였다가 77년 컬러TV가 생산되면서 국내 전자부품산업은 양적·질적인 측면에서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80년 국내 전자부품산업에서 주목되는 점 가운데 하나가 그동안 가전제품용 전자부품을 중심으로 발전해온 국내 전자부품산업이 통신기기분야로 그 저변이 확대됐다는 점이다. 소위 「TDX」 사업으로 불리는 전자 교환기 개발·보급 산업이 진척되면서 국내 통신기기용 부품업체는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처럼 고속질주를 거듭하던 국내 전자부품산업은 80년대 초반 정보통신산업의 기수로 손꼽히는 컴퓨터(일명 PC)의 출현으로 제2의 도약기를 맞는다. 컴퓨터의 출현은 컬러TV에 버금가는 파장을 국내 전자부품산업에 미쳐 89년말 당시 국내 전자부품산업 규모가 수출 72억7천만달러를 포함해 약 1백23억달러에 달하는 외형을 갖추는 데 일조를 했다.

 3저 호황을 등에 업고 세계시장을 무대로 사업을 전개하기 시작한 국내 전자부품업체들은 90년대 들어 반도체로 대표되는 디지털기술을 국산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반면 그동안 국내기업을 견제하지 않던 일본·미국 등 선진국 업체들이 국내 전자부품업체를 견제하기 시작, 국내 전자부품업체는 스스로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 독자생존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이희영기자 h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