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전자산업이 40년만에 메모리 반도체 등 부분적으로나마 세계 선두권에 당당히 진입하게 된 데는 각종 국책연구개발의 중심에 섰던 정부를 비롯해 학계·연구소 등과 산업체를 유기적으로 연결한 연구조합들의 기능과 역할을 낮게 평가할 수 없다. 82년 전자공업진흥법이 개정되고 연구조합법이 제정되면서 출범한 전자관련 연구조합들은 국내 전자산업이 카피(Copy) 중심에서 독자개발로 전환하기 시작하던 8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각종 국책연구개발의 매개체이자 산업체 대표 창구로서 역할을 수행했다.
특히 80년 중반 이후 전자산업이 도약기로 접어들면서 유망 첨단 부품이나 제품을 중심으로 자칫 중복 과잉투자로 흐르기 쉬웠던 때에 업계 공동개발 및 협력의 구심점이 됐고, 90년대 들어서는 공업기반기술개발사업·산업기반기술조성사업 등 각종 국책기반기술개발사업의 중요한 추진 주체로 산업체, 특히 중소기업의 기반기술확보 및 연구개발자금 확보에 공헌했다.
82년 한국스피커연구조합 등 11개가 설립된 것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과기부에 등록된 연구조합은 56개에 회원사만도 1천2백95개에 달한다. 이 중 전자산업과 관련된 연구조합은 총 29개. 82년 스피커조합에서 98년 설립된 의료기기연구조합에 이르기까지 이들 전자관련 연구조합은 전자부품, 영상·음향기기, 컴퓨터, 계측기, 전자재료, 의료기기, 정보통신기기, 소프트웨어(SW), 멀티미디어, 네트워크 등 전자산업 전반을 커버하며 관련 산업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전자부품 분야에선 스피커연구조합(82년)을 필두로 필름콘덴서·소형모터(이상 82년)·PCB·파워서플라이(이상 84년)·반도체(86년)·수정진동자(88년)·디스플레이(90년)·센서(92년)·전지연구조합(97년) 등이 잇따라 설립됐다. 정보통신 분야 역시 82년 한국소프트웨어개발연구조합이 설립된 것을 시작으로 컴퓨터(85년)·정보통신시스템(89년)·정보산업표준화(91년)·멀티미디어·시스템통합(92년)·첨단영상정보(94년)·무선통신(95년)·IC카드·네트워크연구조합(이상 96년) 설립으로 이어졌다.
물론 이들 연구조합은 최근 경기침체로 회원사의 참여부족 및 정부지원이 축소되는 등 반도체·컴퓨터연구조합 등 일부 잘 나가는 연구조합을 제외하고 대부분 위축된 상태지만 여전히 연구조합은 분야별 산업체의 대표창구로서 역할이 줄지 않고 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