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한국전자산업 40년> 통신부문 성장사

 한국통신은 우리나라의 유무선통신 역사에 대해 58년 국산전화기가 처음으로 생산되면서 비롯됐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통신산업의 명맥은 61년부터 시작됐다고 보는 게 정설이다.

 당시 정부는 우리나라 전화가입자가 20만을 크게 못미치자 전기통신설비의 본격적인 확충을 꾀할 목적으로 61년 전기통신법 및 전파관리법을 공포하면서 본격적인 산업의 모양새를 갖추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듬해 정부는 제1차 통신사업 5개년계획을 발표하는 동시에 국내 최초로 스트로저(Strowger)방식의 자동교환기 생산에 나서는 등 통신육성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에 편승해 금성사를 비롯한 초창기 기업체들은 차관도입 등을 통해 통신부문 투자를 본격화했다. 61년 금성사가 우리나라 최초로 자동전화기 체신1호를 생산한 것을 시작으로 62년에는 전화기기생산시설용 민간차관을 독일로부터 처음으로 도입, 본격적인 산업화에 나섰다. 또한 체신부는 63년 EMD방식 자동교환기설비 생산업체로 금성사를 선정하게 되고 금성사는 64년 기술도입과 함께 통신기기 생산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금성사가 추진했던 EMD교환기는 반전자교환기(M10CN)의 도입과 국산전전자교환기 TDX가 만들어질 때까지 우리나라의 주력기종으로 운용됐다.

 정부의 통신시설 확충전략 및 민간업체의 투자확대에 따라 69년에는 전화가입자가 50만을 넘어서는 등 본격적으로 통신산업을 위한 수요기반이 조성됐다. 이에 따라 각 사는 통신부문을 한축으로 육성하기 위해 새로운 전략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EMD교환기와 함께 60년대를 보낸 통신기기업체들은 70년대 초반에는 키폰·PCM단국장치·사설교환기의 생산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리고 70년대 중반 우리나라 통신산업 역사가 새롭게 출발하는 계기가 주어졌다. 74년 체신부가 전자교환방식을 연구하는 연구그룹을 구성한 데 이어 75년에는 고 박정희 대통령이 전자교환기를 국내기술로 개발토록 지시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따라 체신부는 같은해 전자교환기 개발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국내개발을 통한 전자교환시설 설치계획을 발표했다. 76년에는 체신부의 전자교환기 도입업체 선정입찰에 금성통신 등 5개업체가 응찰하고 대우통신이 같은해 설립됐으며 78년에는 삼성GTE통신이 설립돼 사설전자교환기의 생산에 나서게 된다.

 77년에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전신인 한국통신기술연구소가 설립돼 TDX(Time Division Exchange)개발을 적극 추진하게 된다. 개발 5년만인 86년 세계에서 10번째로 개발된 국산전전자교환기 TDX는 우리나라 통신산업의 가능성을 확인하게 해준 일대사건이었다.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전자교환기의 대체는 물론 수출산업 육성을 위해 당시로서 TDX 개발사업은 국내 최대규모로 추진된 프로젝트였다. 84년에는 이동통신부문이 또 하나의 산업으로 육성된다. 82년 무선호출에 이어 84년 한국이동통신서비스가 설립돼 카폰서비스에 나서면서 셀룰러 방식의 이동전화가 도입된 것이다.

 이동통신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90년대 초반 정부·ETRI·삼성전자를 비롯한 교환기 4사는 CDMA방식의 이동전화시스템을 상용화한다는 야심찬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그 결과 96년 한국이동통신서비스가 세계 최초로 CDMA방식의 이동전화시스템 상용화에 성공하면서 이동통신도 본격적인 모습을 갖추게 됐다. 무선호출·무선데이터·디지털휴대폰·PCS 등이 상용화된 것이다.

 위성통신부문 역시 95년 무궁화위성의 발사와 함께 송수신시스템의 상용화 및 생산개시로 이어졌고 최근에는 디지털 지상파TV 및 HDTV용 송수신시스템의 개발로 이어지고 있다.

 관·산·학·연이 어우러져 세계 속의 통신한국을 일군 우리의 통신산업은 이제 또 「멀티미디어 대국 건설」이라는 도전을 통해 새로운 국면에 진입할 태세다. 음성·데이터·비디오를 중심으로 한 멀티미디어산업은 우리나라 통신산업의 한단계 도약을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조시룡기자 sr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