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한국전자산업 40년> 영상부문 성장사

 우리는 TV·영화·음반 등 대중매체의 홍수시대에 살고 있다. TV·라디오·비디오·음반·영화·레이저디스크 등 인간이 발명한 대중매체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대중들의 뇌리에 온갖 잡다한 영상이미지와 소리들을 한꺼번에 쏟아붓고 있다. 이제 우리는 하루도 대중매체의 영향에서 벗어나 있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대중매체는 이제 단순히 문화적인 성격을 띠는 매체로서만이 아니라 「의식산업」의 중요한 조류 중 하나를 형성하고 있기도 하다. 영화·비디오·방송프로그램 등 영상소프트웨어들은 대중들의 의식 깊은 곳까지 스며들어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각종 상징과 문화적인 기호들을 생산해낸다. 기업 연구원들과 프로그램 기획자들은 어떻게 하면 대중들의 심리와 기호에 영합하는 상품들을 만들어낼까 고민하느라 밤잠을 설친다. 이 때문에 대중매체가 현재 포괄하고 있는 시장은 과거에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을 정도로 비대해졌다.

 그러나 이처럼 대중매체가 국내에서 핵심 전략산업으로 육성되기까지는 오랜 기간이 필요했다. 우리나라에 대중매체가 태동한 것은 라디오와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시대의 흐름을 읽고 미래를 내다보던 일제시대라고 봐야 할 것이다.

 특히 라디오 수신기는 본격적인 「대중매체」라고 부르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랐지만 해방 당시 남북한 지역 조선인들에게 약 23만대가 보급된 것으로 집계되고 있어 대중매체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영화는 라디오와 함께 매체산업의 초창기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흑백무성영화로 시작된 우리나라 영화산업은 23년부터 44년까지 총 1백55편의 영화가 제작돼 대중들에게 인기를 끌었으며 국내 영화산업의 밑거름이 됐다. 특히 국산영화는 60년대에 최고의 황금기를 구가하기도 했다.

 60년대는 TV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된 시기였다. 물론 61년 12월 KBS가 개국되기 전에도 미국의 RCA와 국내 기업간에 협력으로 만들어진 TV방송국이 있었으나 오래가지는 못했다.

 TV의 등장은 영화산업의 쇠퇴를 초래하기도 했으나 국내 영상산업에 일대 혁명을 몰고 왔다. 그러나 TV의 등장은 초창기에는 매우 정치적인 색채를 띨 수밖에 없었다. 5.16 군사혁명으로 등장한 집권세력은 TV를 일종의 홍보매체로 활용했다.

 그러나 민영방송의 잇단 등장으로 오락프로그램이 편성의 전면에 등장하면서 TV는 대중매체의 가장 선두대열에 놓이게 됐다.

 TV 보급과 함께 VCR의 등장도 대중매체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VCR는 그간 극장에서만 보던 영화를 안방에서 시청할 수 있게 해주었고 영상물이 대중들에게 파고드는 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여기에 비디오카메라·콤팩트디스크·레이저디스크·MP3플레이어 등 신종매체가 80, 90년대에 잇따라 등장했고 방송분야에서는 케이블TV·위성방송·인터넷방송 등 뉴미디어들이 도입되기 시작했다.

 이처럼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영상분야 각종 매체들은 향후 우리가 매일 접하게 되는 시대가 이미지와 영상의 시대임을 분명하게 제시해주고 있으며 우리는 이미 그 시대의 한가운데에 들어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