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한국전자산업 40년> 컴퓨터부문.. 개인용컴퓨터

 국내 PC산업은 지난 80년대 초 청계천을 중심으로 일부 엔지니어들이 애플컴퓨터와 일본 NEC 제품을 복제 생산하면서 태동했다. 특히 81년 국내에 처음으로 「PC」라는 용어가 등장했으며 국내업체로는 최초로 삼보전자(현 삼보컴퓨터)가 「SE 8001」이라는 국산 PC를 개발, 생산했다.

 이후 82년에 정부 과학기술처 주관으로 「교육용 소형컴퓨터 개발계획」이 수립되고 여기서 생성된 관련 PC기술이 이듬해에 국내업체에 이전되면서 국내 PC산업은 본격적인 발전을 시작했다.

 특히 83년은 정부가 교육용 8비트 컴퓨터 5만3천대 가량을 보급하면서 본격적으로 국내 PC시장이 형성되고 삼성전자·금성사(현 LG전자)·대우전자·삼보전자 등 PC 제조업체가 29개사로 크게 늘어나면서 PC가 산업화의 첫걸음을 내디딘 해로 기록된다. 국내 PC시장 규모는 이후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해 85년 6만7천대에 이어 86년 11만4천대, 87년 9만1천대, 88년 17만대, 89년에 40만대로 각각 발돋움하게 된다.

 80년대에는 국내 PC시장이 양적 팽창과 아울러 세계 PC 기술발전 추세에 따라 PC의 고기능화도 급격하게 진척됐다. 81년도에 각급 학교에 보급되면서 국내 PC시장의 주종을 이루던 8비트 컴퓨터가 80년 초, 중반 사이에 사라지고 80년대 중반에 등장한 16비트 컴퓨터인 XT와 AT(286컴퓨터)가 주력제품으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국내 PC시장에서 80년대 말에 가장 주목할 만한 사항은 국내 PC수출이 크게 활성화됐다는 점이다.

 88년과 89년에 국내 PC제조업체들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의 수출로 한해 2백만대의 수출을 기록해 한국이 세계 제2의 PC 국가로 도약하기도 했다. 하지만 PC수출은 이 시기를 정점으로 90년 초까지 점차 감소추세로 돌아선다.

 90년대 들어 정부의 국가 기간전산망 구축계획이 본격화하고 정보사회의 진전이 가속화하면서 PC 수요가 급팽창, PC산업은 국내 산업 가운데에서도 핵심으로 자리잡게 된다. 특히 90년대에는 이전에 발표된 386PC와 486PC가 국내에 본격 공급되면서 PC산업은 꾸준한 성장을 거듭했다.

 90년대 들어 국내 시장규모는 92년 91만대, 93년 1백29만대, 94년 1백49만대, 95년 1백65만대로 매년 1백만대를 돌파하면서 96년 초 국내 총 PC 보급 누적대수가 1천만대에 육박했다.

 90년대 초 국내 PC산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항은 용산 등 전문상가와 조립PC 업체의 부상이다. 이들 업체는 특히 PC의 기술향상에 힘입은 「조립PC의 안정성」과 「저가」라는 무기를 내세워 기존 대기업 PC 제조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는 국내 PC시장에서 시장점유율 30% 가량을 차지하면서 시장 기반을 점차 늘려나갔다.

 90년 중반 들어 국내 PC시장은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한다. 우선 486기종이 점차 퇴조하고 93년에 발표된 펜티엄(586컴퓨터) 기종이 주력제품으로 급부상했다. 94년에 국내에 보급된 총 1백49만대의 PC 가운데 486 이하 기종이 90%를 차지했으나 95년에 47% 수준으로 크게 떨어진 반면 펜티엄 기종은 94년에 4% 수준에서 95년에 45% 수준으로 급상승했다.

 특히 95년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윈도 95」가 발표되면서 펜티엄 기종 수요를 크게 부추겨 이듬해인 96년에 펜티엄 기종이 완전한 주력기종로 자리잡게 된다.

 아울러 조립PC 업체들의 기반이 약화되면서 대기업 주도의 시장구도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도 이무렵이다. 특히 96년 초부터 PC의 가격파괴 바람과 국내 경기침체가 심화되면서 그해 말부터 97년 상반기까지 조립PC업체들의 연쇄부도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90년대 초 60% 수준에 머물렀던 대기업PC 제조업체의 시장점유율은 97년말에 80% 가까이 늘어나게 됐다.

 지난해에는 IMF 체제가 본격화되고 산업전반의 거품이 빠지면서 국내 PC산업 발전에 한 획을 긋는 혁명적인 수준의 시장변화가 도래했다. 지난해 국내 PC시장은 10년 만에 최초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 국내 수출효자 품목 급부상, 대대적인 구조조정 등 굵직굵직한 기록의 연속이었다.

 이같은 변화속에서도 기술발전이 거듭돼 지난해에는 펜티엄 MMX가 퇴조하는 대신에 펜티엄Ⅱ 기종이 주력으로 급부상하고 핸드헬드(H)PC 등 새로운 이동컴퓨터가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신영복기자 yb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