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한국전자산업 40년> 산전부문 성장사

 공장자동화(FA)기기 산업은 제조업 전체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자본재 산업의 하나다.

 고속·고정밀 자동화기기가 싼 값에 공급되면 제조업의 경쟁력은 그만큼 높아지는 반면 성능 좋은 기기를 싼 값에 보급하지 못하거나, 수입에 의존하면 국가 전체의 경쟁력은 저하된다. 따라서 미국·일본·독일 등 선진 각국들이 일찌감치 공작기계 산업을 집중 육성, 경제대국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은 대부분 70년대부터 FA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 80년대부터 본격 도입했기 때문에 타 산업에 비해 역사가 일천하다. 그나마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것이 공작기계다. 산업혁명 이후 영국에서 시작돼 미국으로 건너가 본격적인 꽃을 피운 근대 공작기계 산업발전이 2백여년이며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일본도 명치유신 이후 1백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는 것에 비하면 우리 나라의 공작기계 산업의 역사는 매우 짧은 것이다.

 한국공작기계공업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범용 공작기계 시대를 연 것은 국일프레스, 대구중공업, 남선기공, 광주남선선반, 화천기계, 삼창기계 등이 프레스와 선반을 본격 생산한 54년부터이며 공작기계 산업이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것은 정부 차원에서 중화학공업을 집중 육성하기 시작한 73년부터라고 한다.

 화천기계가 77년 자동화 개념이 적용된 수치제어(NC) 선반을 국산화, 81년부터 양산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공장 자동화 산업은 20년도 채 안되는 셈이다.

 그후 국내 공작기계 산업은 90년대 초반까지 매년 20% 이상 고속 성장을 구가하면서 유럽·미국·일본에 기술적으로 약 10년 뒤진 수준까지 따라왔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평가다. 시장 규모와 수출, 수입, 생산규모 등에선 이미 10위권에 진입한 지 오래다.

 그러나 공작기계를 제외한 각종 FA기기류는 이들 선진국의 50∼80%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그나마 핵심 부품인 컨트롤러, 서보모터, 스핀들모터, 레이저 발진기, 센서 등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고부가 기술인 생산라인 설계 및 시스템 엔지니어링 등의 능력도 아직은 초보 단계로 평가되고 있다.

 이는 국내 자동화 기기 산업의 역사가 외국 제품을 수입하면서 시작돼 손에 익은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의 구매경향을 쉽게 극복하기 어렵고 시장이 작기 때문이다. 또한 수입선 다변화 제도로 대변되는 정부의 그늘 아래서 큰 시련 없이 성장했기 때문에 자생력을 갖지 못한 측면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사상 유례없는 IMF 관리체제라고는 하지만 상당수 자동화기기 업체들이 최근 부도로 문을 닫은 것은 내수 부진을 타개할만한 대책 없이 안이한 경영을 해왔다는 반증인 셈이다.

 역으로 자동화기기 업체들의 기술개발 여지는 무궁무진하며, 업체 스스로가 경쟁력을 확보할 경우 자동화기기 업체들의 미래는 한층 밝아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따라서 업계 전문가들은 일부 핵심 기종만 남아 있는 수입선 다변화 품목이 전면 해제되는 오는 6월 말 이후가 국내 FA기기 업체들에게는 「도약」이냐 「좌초」냐를 결정하는 최종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효상기자 hs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