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한국전자산업 40년> 산전부문.. 공작기계

 국내 공작기계 산업 발전의 토대를 마련한 것은 지난 73년 중화학공업의 집중 육성에 나선 정부가 경남 창원에 종합기계공장 단지를 조성하고 대우·기아·통일·두산 등 대기업의 공작기계 사업 진출을 유도하면서부터다.

 그러나 이들 업체는 80년대 중반까지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기업의 설비투자가 늘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80년대 후반부터 공장자동화 붐이 일면서 공작기계의 수요가 급증했고 특히 자동차산업 등이 호황을 누리면서 공작기계 수요가 꾸준히 증가, 수치제어(NC)선반과 밀링머신·머시닝센터 등이 양산되기에 이르렀다.

 90년대 들어 현대정공과 삼성중공업(현 삼성항공)이 신규로 이 시장에 가세하면서 생산규모가 급증, 생산금액 기준으로 1조원에 육박했으나 95년 말부터 성장세가 한풀 꺾였으며 96년부터 본격 침체 국면으로 반전했다.

 특히 97년 말 국제통화기금(IMF) 체제에 들어서면서 기업들의 설비투자 마인드가 냉각돼 98년의 경우 불황이었던 전년의 절반 수준에도 못미칠 정도로 내수시장 규모가 축소됐다.

 이 과정에서 대우중공업·현대정공과 함께 3강 체제를 유지하던 기아중공업과 통일중공업이 부도로 쓰러지고 나머지 대기업들도 호된 구조조정의 과정을 거쳤다. 중소기업의 피해는 더욱 커 지난 47년 설립된 오랜 역사의 광주남선선반과 다수의 공작기계업체들이 줄줄이 무너져 자칫하면 산업 기반이 붕괴될 조짐마저 보였다.

 그러나 감량경영과 사활을 건 수출 확대 전략이 성과를 거두면서 내수시장에서의 부진을 어느 정도 만회하는 한편 수출에서 사상 유례없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한국공작기계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사상 처음으로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한 데 이어 하반기 들어서도 수출 호조세가 지속돼 공작기계 수출이 처음 5억달러를 돌파한 것으로 추계됐다. 지금까지 최고 수출액은 96년 기록한 4억7천8백만달러였으며, 97년에는 3억3천4백만달러에 불과했다.

 특히 단순히 수출액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만성 무역수지 적자 품목이었던 공작기계가 흑자 품목으로 반전하는 첫 해에 1억달러 가량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한 것은 의미있는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더욱이 올해는 공작기계 내수 경기가 회복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공작기계협회는 지난해 97년대비 무려 60.3% 감소한 5천8백69억원으로 잠정 집계됐으나 올해는 98년대비 46.3% 증가한 8천5백88억원으로 공작기계 내수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관측했다.

 또 올해 공작기계 생산은 전년보다 24.0% 증가한 8천4백32억원, 수출은 원화가치 상승(98년 1천4백원, 99년 1천3백원)에 따라 원화 기준으로 5.3% 감소하고 달러화 기준으로 2.0%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처럼 공작기계 내수시장이 회복될 것으로 보는 것은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기업 구조조정 완료에 따른 신용 경색 해소로 설비투자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산업 경기 전망이 불투명해 합리화 및 개·보수 투자를 취소하거나 유보했던 기업들이 올해부터 본격 투자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한 요인이다.

 양적인 면 외에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급속한 성장세를 보여 최근에는 주축 회전속도 2만rpm급 이상의 초고속 가공 및 미크론 단위의 고정도 가공이 가능한 제품까지 쏟아져 나오고 있다.

 또 72시간 이상 무인 운전할 수 있는 유연생산시스템(FMS:Flexible Manufacturing System)과 한 대의 기계로 여러 대의 효과를 낼 수 있는 복합가공기도 여러 업체들에 의해 개발, 적용되고 있다.

 개방형 컴퓨터 수치제어(CNC)장치와 인터넷·인트라넷·CAD/CAM 등을 결합, 사용자가 공작기계업체의 홈페이지에 접속해 수시로 새 기술정보를 습득하거나 인터넷을 통한 원격 애프터서비스(AS)도 가능한 네트워크 기능을 갖춘 공작기계까지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공작기계 산업이 그리 밝은 것만은 아니다. 지난 89년부터 실시된 수입선 다변화 제도가 오는 7월 1일 이전에 해제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머시닝센터·NC수평선반·NC밀링머신·NC방전가공기 등 그동안 직접 진출이 불가능했던 일본산 제품이 잇따라 한국시장을 노크할 것으로 추측된다.

 이는 일본산에 비해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국내 공작기계업계로선 경기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치명타를 입을 수 있는 사안이어서 우려되고 있다. 특히 이 조치에 따라 첨단기술 이전길이 막히고 범용기술에 대한 로열티 인상의 결과를 가져올 것이 확실시돼 국내업계의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박효상기자 hs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