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전자의료기기 산업은 지난 70년대 국가경제의 고도성장에 따른 전자 및 관련 소재산업의 발달에 힘입어 성장기반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 77년부터 시행된 의료보험제도의 확대 실시로 의료보험 인구가 대폭 늘어남으로써 80년대 들어 의료 수요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의료기관의 의료기기 수요도 큰 폭으로 늘어났다.
또한 경제 성장에 따른 국민 생활수준의 향상으로 의료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질병 패턴도 변화함에 따라 의료기기 수요에도 큰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의료기관은 수요 증대에 대처하기 위해 첨단 의료기기를 대거 수입하기 시작했다. 마땅한 국산 전자의료기기가 없기도 했지만 의료기기의 기술수준이 워낙 낙후돼 있어 섣불리 국산을 구입하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80년대 들어 국내 의료기기 산업이 획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결정적 전기를 마련하게 된다.
그동안 전량 수입에 의존해 왔던 고가 첨단 의료기기에 대해 정부가 수입을 제한, 외화 절약과 의료기관간 과당경쟁을 방지하기 위한 의료기기 국산화 시책을 전격 시행한 것이다. 이 시책은 국내 의료기기 산업 발전을 촉진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특히 80년대초 대기업 및 전자업체들의 의료기기 산업 진출을 계기로 그동안 수입에 의존해 왔던 X선 촬영장치·초음파 영상진단기 등 당시로서는 첨단 전자의료기기의 국산화가 속속 이뤄졌다.
이들 전자의료기기는 과거 의료기기 산업을 주도했던 봉합사·수술용 가위 등 소모품류를 간단히 밀어내고 90년대부터 국내 의료기기 산업의 주역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전체 의료기기 산업에서 전자의료기기가 차지하는 비중도 점차 높아져 최근엔 국내 총 의료기기 수출량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 전자·기계·부품·소재·의학·통신·컴퓨터 등 전자의료기기의 기술기반을 이루고 있는 학문이 발달, 불과 몇 해 전만 해도 30여개사에 불과했던 전자의료기기 생산업체가 최근 벤처기업의 대거 등장 등 1백여개사로 증가했다.
또 기술력도 디지털 컬러 초음파 영상진단기, 3D(3차원) 초음파 영상진단기를 비롯해 의료영상 저장전송시스템(PACS), 전산화 단층촬영장치(CT), 자기공명 영상진단장치(MRI), 디지털 X선 촬영장치 등 첨단 고가 전자의료기기까지 생산할 수 있을 만큼 성장했다. 일부 품목의 경우 세계 시장점유율 1, 2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기술적 측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는 품목도 있다.
특히 지난해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통해 스리랑카와 인도네시아에 국산 전자의료기기를 대거 수출한 데 이어 올해 타 지역 수출이 성사될 것으로 보여 향후 이 지역을 안정적 수출시장으로 만들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처럼 전자의료기기 산업이 단기간에 급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전자 관련 인력 및 의공학 전문 인력이 비교적 충분하고 △반도체·산업용 전자기기 및 부품 등 전자산업 기반이 튼튼하며 △의료서비스 욕구 증대에 따른 병원 및 의료기기 수요의 급격한 증가와 △철저한 애프터서비스 및 효과적 마케팅으로 국내외 경쟁력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상당수 의료기기업체들이 매출액의 10% 이상을 연구개발(R&D)에 투입, 부설 연구소를 설립하고 기술개발에 주력하는 한편 국내외 유명 대학의 부설연구소 및 전문 연구기관 등과 산·학협동을 통해 각종 첨단 전자의료기기의 국산화에 성공한 것도 한 요인이다.
지난해 수출 비중이 높은 업체들의 고도 성장과 내수 및 수입 비중이 높은 업체들의 몰락 등 양극화 현상을 보이던 전자의료기기업계는 올해 내수 회복과 함께 수출량도 급증할 것으로 보여 사상 최대의 생산량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유럽·동남아 등 일부 지역에 편중돼 있던 수출 지역도 중남미·아프리카·러시아 등으로 다변화하면서 수출량이 지난해보다 15.9% 증가한 1억8천2백만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자의료기기산업협의회 측은 전망했다.
그러나 환율 안정과 원화가치 절상으로 그동안 위축돼 있던 병원들의 고가 의료기기 도입이 올해부터 재개될 것으로 보여 98년의 경우 전년보다 32.4%나 감소했던 수입이 올해 약 5.5% 증가한 3억4천5백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따라서 전자의료기기업체들은 수출 확대와 내수 촉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연구개발 및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박효상기자 hs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