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 새 개념의 소프트웨어산업 정책

장세탁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진흥본부장

 설날이 다가온다. 이맘때면 백화점은 물론이요 남대문시장이나 동대문시장을 비롯한 재래시장도 자못 활기를 띤다. 이름하여 명절대목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각광을 받고 있는 소프트웨어시장의 대목은 언제일까를 생각해 본다. 어쩌면 일년 내내일 수도 있다.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어 매매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일이야말로 산업정책 당국자는 물론이요 우리 모두가 바라는 바가 아니겠는가.

 지난 70∼80년대 우리 산업전략은 하드웨어 중심의 공업화와 기술입국을 목표로 한 기술우선, 공급자 위주, 내수기반의 수출정책으로 고도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함으로써 성공한 성장모델로 인정받았다. 그런 여파로 소프트웨어산업 정책에도 하드웨어산업 모델을 그대로 적용시켜 왔다. 특히 2∼3년 전부터는 벤처창업 지원이 경쟁적으로 집중되면서 벤처기업의 성공을 기술 위주로만 판단하는 지원정책이 이루어져 왔다. 마케팅·경영기술·정보네트워크 등 창업 초기부터 사업계획상에 가장 먼저 고려돼야 하는 경영요소들을 등한시하고 기술에만 지원의 잣대를 집중시키다 보니 20∼30대의 청년층이 중심이 된 벤처기업은 경영에 대한 마인드가 없어 성공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 나라의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는 산업정책은 기술·인력·자본 등 어느 한 분야에 중점을 둘 수 있겠으나 무엇보다 먼저 시장을 창출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더욱이 자유시장경제체제 아래 세계가 하나로 통합된 글로벌마켓 환경에서는 모든 상품이나 기술은 시장에서 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야 존재의 의미가 있다. 따라서 마케팅이 가장 중요한 요소인 것이다. 흔히 마케팅을 「세일즈」 정도로 알고 있으나 여기에서는 사업기획에서부터 상품기획·가격책정·홍보활동·유통을 거쳐 재투자 및 사이클(Cycle)까지를 전략적 바탕으로 하는 넓은 의미의 마케팅을 의미한다.

 그러면 향후 소프트웨어산업 정책은 어떠해야 하는가.

 한마디로 글로벌마케팅을 중심으로 한 패러다임으로 바꾸어야 한다. 우수한 기술에 의한 제품이면 잘 팔릴 것이라는 지금의 창업개념에서 벗어나 창업에서부터 사업계획·제품설계·네트워크 구성 등 모든 관리시스템(Management System)을 글로벌마켓을 겨냥하는 개념으로 바꾸어야 한다. 그러려면 우리는 소프트웨어 글로벌마켓의 중심시장인 미국시장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정부도 기업이 미국문화와 시스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정책을 펴야 한다.

 소프트웨어 마케팅의 핵심은 신용(Credit)을 쌓는 일이다. 신용은 브랜드로 나타난다. 세계의 중심시장인 미국에서 팔리는 제품은 세계 어디에서나 팔리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미국에서 국산 소프트웨어의 신용을 높이고 「대한민국소프트웨어주식회사」란 브랜드를 심는 실질적 방안을 찾는 데 모든 노력을 집중시켜야 할 것이다.

 그런데 미국시장의 마케팅기법(Marketing Mechanism)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소프트웨어 제품의 상품기획 단계에서부터 판매까지 신용을 판단하는 일련의 과정을 볼 수 있다. 소비자들은 사업 아이디어에서부터 상품이 나올 때까지 투자한 벤처자본, 참여한 전문가 그룹, 믿을 만한 회사와 거래하고 있는가, 누구와 손을 잡고 개발한 제품이냐, 참여한 마케팅 채널 등이 어떠한가를 보고 소프트웨어 제품을 믿고 사는 것이다. 즉 우리의 소프트웨어산업 정책은 우리의 기업이 이러한 현지 마케팅심사과정(Market Scr­eening Process)를 직접 거칠 수 있도록 장과 기회를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또한 정부는 지금까지의 일회적이고 베푸는 원칙의 지원정책에서 탈피,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충분히 갖추게 하는 단계적·종합적 지원을 하고, 이 모든 과정에는 자유시장경제원리가 철저히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문제는 미국시장이 우리를 받아줄 수 있도록 매력적인 인센티브를 개발하는 일이다. 이것이 우리의 정책적 과제다. 즉 사업적 비전이 크고 상호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매력적인 협력 프로그램을 우리가 만들어 내놓아야 한다. 예컨대 우리의 하드웨어산업 수준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인지도를 활용하여 하드웨어의 기능을 높여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소프트웨어를 공동 개발하는 프로젝트라든가, 우리에게 경쟁력이 있는 원자력·철강·조선·섬유산업 등의 공정 제조기술을 고도화하는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젝트를 생각할 수 있다.

 또한 세계가 주목하고 있으나 비교적 미개척 분야라고 할 수 있는 정보통신 네트워크분야의 운영이나 서비스를 창출하는 소프트웨어를 공동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들 수 있다. 다행히도 우리나라는 이 분야에서 비교적 앞서가고 있으므로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특히 CDMA나 디지털TV를 네트워크에 연계 응용하는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젝트 등은 세계적인 주목을 받을 수 있는 분야다. 이런 것들이 우리가 전략적으로 초점을 맞추어야 할 분야라 하겠다.

 이렇게 함으로써 미국의 마케팅시스템에 우리가 동참하고 이러한 시스템을 우리의 소프트웨어 마케팅시스템으로 도입, 구축하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즉 글로벌마켓의 중심을 한국으로 확장하자는 의미이며 이것이 21세기 세계의 경제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는 동아시아의 중심축이 되기 위한 국가적 포석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