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글 긴생각> "도서유통"에 이는 변화 물결

 도서유통 시장에도 거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세계 최대 인터넷 서점인 미국의 아마존이 한국에 진출한다는 소문이 인터넷업계는 물론 출판업계의 핫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웹사이트에 접속해 본 일조차 없는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아마존의 국내 진출 소식이 화제에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주가가 무려 2천%나 뛰었다는 회사이다보니 당연히 관심을 안가질 수 없고 그런 명성을 얻고 있는 회사가 한국에 들어온다니 국내시장에 미칠 영향을 미리 점쳐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전자상거래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필자로서도 세계 최대의 온라인 서점이 한국에 들어왔을 때 벌어질 변화에 대해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그것은 아마존코리아가 설립되는 것인지, 아마존이 취급하는 도서에 한글 서적을 포함시키는 정도인지, 국내 대형 도매상들과 연계가 있는 것인지, 물류센터를 한국에 둘 것인지 등 상황판단을 내릴 만한 기초적인 정보가 없는 탓도 있지만 한국의 출판 유통시장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다만 필자가 경험한 제한된 지식에 기반하더라도 인터넷 서점인 아마존의 한국 진출보다는 인터넷보다 실물 유통에 중심을 둔 반즈앤드노블과 이 회사의 인터넷 서점을 인수한 베텔스먼의 상륙이 국내 출판시장에 미칠 파급효과가 더 클 것이라는 점은 능히 짐작할 수 있다. 인터넷이 기존 실물유통을 위협할 만큼 성장하기까지는 아직 멀었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중요한 것은 반즈앤드노블이든 아마존이든, 누가 들어오든 안 들어오든 소비자들이나 출판업계가 함께 주목해야 할 것은 도서 소비자에게는 양서를 편리하게 제공할 수 있고 도서 공급자에게는 좀더 나은 도서 생산환경을 제공해 줄 수 있도록 유통구조를 개선해 나가는 일이 시급하다는 사실이다.

 어느 상품이나 그 상품 특유의 유통구조가 형성돼 있게 마련이다. 기존의 유통구조는 새로운 형태의 유통채널이 등장할 경우 본능적으로 거부반응을 나타내게 마련이며 때에 따라 적지 않은 사회적 마찰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도서유통 시장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으며 새로운 시대에 대한 준비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사실이다. 인터파크의 인터넷 쇼핑몰에서 지난 한 해 동안 판매된 상품에 대한 품목별 비율을 분석한 결과 도서류가 전체 판매액의 19%를 차지해 인터넷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품목으로 자리잡았다.

 이같은 경향은 대부분의 인터넷 쇼핑몰에서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인터넷 유통시장에서 도서전문 사이트가 우후죽순처럼 양산되고 있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아마존이나 반즈앤드노블의 한국시장 진출도 시기만 문제일 뿐 예정된 수순이었던 셈이다.

 책은 문화상품이다. 영화나 음반 같은 다른 문화상품의 예에서도 나타났듯이 우리나라 문화산업 종사자들은 선진 마케팅 기법과 막강한 자본을 바탕으로 한 외국 기업의 물량공세가 가시화된 이후에야 물리력까지 동원해 저항에 나서곤 하지만 때를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

 어떤 것보다 가장 경쟁력이 있어야 할 국내 문화상품 시장에서마저 외국 기업에 안방을 내주는 것을 보면 국내 문화산업의 체질이 얼마나 허약한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출판업계는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 변화가 느껴지지 않는다면 몸소 찾아나서야 한다. 자칫 시기를 놓치면 국내 도서 소비자들의 구매형태 변화까지 외국 기업이 주도하는 일이 벌어질 것이며 이는 결국 도서의 생산·공급구조까지 뿌리째 흔들어댈 것이다.

 인터넷 서점의 부상에 대해 강 건너 불 구경하듯 심드렁해 하는 출판사나 새로운 유통방식의 등장에 대해 불쾌감마저 드러내는 도서 유통업체 관계자들에게 진심으로 드리는 충고다.

<최상국 데이콤인터파크 콘텐츠사업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