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연휴 읽을만한 정보기술 번역서 두권

 새로운 밀레니엄은 정보기술이 지배하는 세상이 될 것이다.

 그래서 2000년을 앞두고 정보기술을 일반인들에게 쉽게 설명한 책들이 잇따라 소개되고 있다.

 이번 연휴 동안 읽을만한 책으로 최근 선보인 번역본 중에서 2권을 골랐다.

 우선 김영사가 최근 선보인 「비트의 도시」는 21세기초에 실현될 「가상사회」의 모습을 생생하게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연휴 나들이의 동반자로 제격이다.

 미국 MIT에서 건축과 과학을 가르치는 윌리엄 미첼 교수가 쓴 「City of Bits」를 번역한 이 책의 장점은 「컴퓨터 네트워크가 도로망처럼 도시생활의 핵심요소로 자리잡고, 메모리와 화면공간이 부동산처럼 값진 재산이 돼가는 미래도시로 여행을 떠날 수 있게 해 준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또 그동안 우리에게 낯익었던 도시구조가 근본적으로 재편성돼 사이버스페이스 안으로 이동하며 광케이블을 따라 인간의 경제적·사회적·정치적·문화적 행위가 비트로 재조합되는 삶의 변화를 구체적으로 보여줌으로써 각 분야의 삶을 미리 경험할 수 있게 한다.

 저자인 윌리엄 미첼 교수는 이 책에서 『「정보의 유전자」인 비트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미래도시에서 우리의 삶은 근본적으로 커다란 변화를 수반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이어 『생활공간은 한없이 넓어지고 거리개념도 사라진다』며 그 이유로 『네트워크와 사이버스페이스 공동체가 이전에 지상의 운송망과 도시가 그랬던 것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하나로 이어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새로운 밀레니엄을 앞둔 요즘 많은 사람들은 인터넷 인구의 기하급수적 증가와 전자상거래의 활성화 등이 가져다 줄 가능성과 함께 이러한 변화에 적절하게 적응할 수 있을지 두려워하고 있다.

 또 새로운 구상을 위해 미래의 가능성을 탐색하고는 있지만 그 결과를 확신하지는 못하고 있다.

 이 책은 특히 이러한 독자들의 미래에 대한 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더 나아가 이 책을 통해 이와 같은 새로운 시대의 중심개념과 미래도시의 흐름까지 읽을 수 있다면 그 사람에게 다가오는 21세기는 열린 신천지이자 도전의 장이 될 것이다.

 그 속에서 자신의 다양한 가능성을 개발할 수 있고 누구보다도 먼저 자신의 행복을 실험해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최근 세종연구원이 번역·출간한 「컴퓨터를 만든 15인의 과학자」도 놓치기 아까운 교양도서다.

 컴퓨터 과학자인 데니스 샤샤가 프리랜서 작가인 캐시 레이지어와 공동으로 쓴 「Out of their Minds」를 번역한 이 책의 특징은 인류역사상 가장 강력한 기계로 평가받는 컴퓨터를 만들게 된 과정을 15명의 과학자들의 업적을 중심으로 명쾌하게 정리했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책은 특히 15명의 컴퓨터 과학자들이 과학에 흥미를 느끼게 된 과정과 어떠한 방식으로 다른 과학자들이나 환경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는지, 또 어떻게 자신들의 발견에 도달하게 됐는지, 그리고 미래에 대한 그들의 전망 등에 대해서도 인터뷰라는 형식을 빌어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샤샤와 레이지어는 책 속에 역사적인 배경을 채웠으며 과학자들이 발견한 비범한 성과물들을 비과학자들이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일반적 개념으로 순화시켰다.

 따라서 이 책은 컴퓨터 과학의 다양한 분야를 두루 다루면서도 전문적인 과학용어들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그들의 발상과 성과물들이 갖는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더불어 이 책은 과학자들이 해결하고자 애쓰는, 아직 답을 얻지 못한 몇가지 질문도 던지고 있다.

 즉, 컴퓨터의 속도에는 한계가 있는가, 가상현실에도 죽음이 있는가, 컴퓨터가 한 사람의 지질학자를 흉내내기보다 다섯살짜리 아이처럼 행동하는 것이 더 어려운 이유는 무엇인가, 컴퓨터 과학은 앞으로 50년 동안 이 세계에 무엇을 가져다 줄 것인가, 인간의 뇌처럼 작동하는 컴퓨터를 만들 수 있는가 등의 질문을 던진 후 이에 대한 세계적인 석학들의 다양한 견해도 친절하게 소개하고 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