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산업은 한국이 비교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유일한 분야다. 또 D램 기술이 앞으로 한국 반도체 산업을 이끌어 가는 추진체가 돼야 하는 것은 우리의 현실이다.』(업계)
『D램 산업은 천수답처럼 시장상황에 전적으로 좌우돼 수익이 결정된다. 또 시스템온칩(SOC)기술이 급진전되면서 D램 단품시장은 향후 크게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이제 패러다임을 바꿔볼 시기가 됐다.』(학계)
「21세기를 향한 한국 반도체 산업의 바람직한 기술 드라이브 전략」을 주제로 한 토론회가 지난 10일 연세대에서 업계 및 학계의 패널리스트가 참여한 가운데 개최됐다. 제6회 한국반도체학술대회 기간중 치러진 이번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은 향후 세계 반도체 산업의 기술 드라이버로는 마이크로프로세서나 DSP 등 로직제품이 이끌어 간다는 데 모두 동의했지만 향후 한국 반도체 산업이 이를 전략기술로 삼아야 하는 지에 대해서는 학계와 업계가 의견을 달리했다.
패널리스트로 참여한 LG반도체의 이희국 전무는 『모든 분야에서 경쟁력을 보유하기는 현실적으로 무리』라며 『국내업체들이 비교우위를 지니고 있는 D램 분야가 향후에도 한국 반도체 산업의 전략기술이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의 권오현 전무는 『지난 3년간 D램시장이 극심한 침체를 겪었지만 1위 업체는 계속 수익을 냈다』며 반도체 사업 특성을 설명하면서 『D램분야의 비교우위를 유지하면서 시스템IC분야에 꾸준히 투자하는 방안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 성원용 교수는 『최근 PC가 네트워크로 연결되고 운용체계(OS)가 개선되면서 D램의 용량 증설이 PC 성능향상에 미치는 영향은 줄어드는 추세』라며 향후 D램시장이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히고 이에 대해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스템 IC분야를 육성하기 위한 여러 의견도 제시됐다. 현대전자의 고요환 부장은 『스파크칩, 386·486칩 등 CPU까지 국내에서 개발됐으나 이것이 전혀 상용화되지 못했다』며 『남이 개발한 제품을 따라해서는 결코 시스템 IC사업을 육성할 수 없으며 자체 시스템 설계기술과 마케팅 능력을 갖춰야 시스템 IC사업이 활성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오현 전무는 『현재 주연급에 해당하는 CPU나 DSP 모두 선진업체와 엄청난 격차를 보이고 있다』며 『비교적 경쟁이 적고 시스템 사업과 관련있는 조연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면서 인프라를 구축하면 10년 후에는 주연으로 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산·학·연 활성화에 대해서도 많은 토론이 이뤄졌다. 한국과학기술원의 유회준 교수는 『업계가 D램코어 등 보유하고 있는 기술을 학교에 제공해야 업체들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산·학·연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주장했으며, 한양대 권오경 교수는 『대학과 기업이 연구업무를 분담하고 상호협력 체제를 보강해야 한다』고 향후 산·학·연 협력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학교의 연구활동도 기업체에 현실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용으로 바뀌어야 할 것으로 제안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