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설연휴 볼거리> 우리영화 "봄바람"에 설레는 "충무로"

 설연휴 극장가는 한국영화들의 경연장이 될 전망이다. 올해 첫번째 영화시장 대목인 13일부터 「쉬리」 「연풍연가」 「마요네즈」 「화이트 발렌타인」 「철인사천왕」 등 극영화 4편과 애니메이션 1편이 서울 76개, 지방 1백77개 극장에서 상영된다. 특히 영화 1번지인 서울 종로와 신흥 영화거리인 강남에서는 전면전이 펼쳐질 태세다. 1개 복합상영관에 두세편의 한국영화가 걸리는가 하면 한국영화 간판끼리 마주보는 상황도 곳곳에서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강제규필름이 기획·제작하고 삼성픽쳐스가 23억여원을 투자한 「쉬리」가 가장 높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영화는 제작비가 10억원 내외에 그쳤던 한국 액션영화 제작시스템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쉬리」는 영화의 힘과 호흡을 결정한다는 촬영분량에서 국내 평균의 2배를 상회한다. 총 80회 촬영에 2백50개 장면과 1천5백커트를 기록, 영상의 질적 차별성이 돋보인다. 또 도심 총격전, 대규모 폭파장면 등 할리우드에 뒤지지 않는 양질의 특수효과가 영화의 현실감을 상승시킨다.

 「쉬리」는 예술적 가치는 낮지만 「영화=산업」이라는 논리에 충실한 한국영화로서 적지않은 흥행실적을 올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서울 22개, 지방 48개 극장에서 감상할 수 있다.

 씨네2000(대표 이춘연)이 제작하고 시네마서비스(대표 강우석)가 배급하는 「마요네즈」는 세종문화회관을 빌려 일반 시사회를 갖는 등의 바람몰이로 관객 노출도가 높은 영화다. 원작소설과 연극을 통해 이미 인기가 검증된 이야기인 데다 한국형 위트와 슬픔으로 흥행 가능성을 끌어올렸다. 인기배우 최진실과 김혜자를 내세운 점도 20∼40대에 이르는 여성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요소다. 서울 17개, 지방 55개 극장에서 개봉한다.

 쿠앤씨필름(대표 장윤형·구본한)의 「연풍연가」도 만만찮은 흥행성을 가졌다. 지난 97년 한국영화 최대 흥행작인 「접속」의 제작진이 만들었다. 우리나라 20대 여성들이 가장 선호하는 국내 여행지라는 제주도를 배경으로 아름다운 영상과 사랑얘기를 펼친다. 「접속」의 한석규·전도연 콤비의 바통을 「연풍연가」에서는 장동건·고소영 콤비가 이어간다. 서울 16개, 지방 47개 극장에서 상영된다.

 태창흥업(대표 김용국)의 「화이트 발렌타인」은 「편지」 「약속」 등으로 안정된 관객 흡입력을 선보이고 있는 박신양이 주연한 멜로영화다. 비둘기와 털실을 매개체로 한 남녀의 서정적인 사랑얘기를 담았다. 70년대를 풍미했던 태흥영화사가 제2의 창업을 노리고 영화사 개명과 함께 선보이는 첫작품이다. 서울 14개, 지방 55개 극장이 「화이트 발렌타인」을 선택했다.

 B29엔터프라이즈(대표 김혁)의 「철인사천왕」은 20여년만에 선보이는 극장용 로봇 애니메이션이다. 3차원 영상제작기법과 셀 애니메이션을 융합해 기존의 극장용 만화영화들과 차별화하고 있다. 일반 상영관을 많이 잡지는 못했지만 서울의 국도극장과 교육문화회관, 부산의 대한극장 등 서울 7개, 지방 12개 극장을 확보했다.

 외국영화 중에는 동아수출공사가 수입·배급하는 「성룡의 빅타임」이 눈에 띈다. 기존에 성룡이 추구해온 빠른 액션 일변도에서 벗어나 감성을 자극하는 사랑과 우정을 기둥 줄거리로 하고 있다. 요트·자동차·집·무술대결 등 화려한 볼거리와 대만의 작은 포구가 아름답게 포장돼 있다. 서울 22개관에서 개봉된다.

 20세기폭스의 「씬 레드라인」도 주목할만한 영화다. 99년 뉴욕 비평가협회로부터 최우수감독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1940년대 태평양전쟁을 배경으로 전쟁의 참상을 보여준다. 숀 펜, 닉 놀테, 우디 해럴슨, 존 쿠삭, 벤 채플린 등 출연진의 무게가 상당하고 테렌스 말릭 감독의 고집스런 영화만들기를 엿볼 수 있다. 서울 6개관, 지방 1개관에서 먼저 개봉한 후 오는 27일 확대개봉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공포영화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의 후속작인 「나는 아직도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와 멜로영화 「사랑이 머무는 풍경」이 서울과 지방의 주요 극장에서 개봉된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