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미디어 국제표준화 회의 잇단 개최 의미

 가전과 컴퓨터·통신이 융합된 디지털 세상이 눈앞에 펼쳐지면서 멀티미디어 신호처리 표준화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디지털제품에는 오디오·비디오 등 다양한 신호가 디지털형태로 복잡하게 융합되기 때문에 이들 신호처리에 대한 원천기술 없이는 상품의 제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한 디지털제품은 신호처리기술이 표준화돼 있지 않으면 호환성을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에 표준화된 신호처리기술로 만들어져야만 비로소 대중성과 시장성을 확보할 수 있다.

 결국 디지털세계에서는 신호처리 표준화를 주도하는 것이 시장을 선점하는 지름길이기 때문에 세계 각국 업체들은 벌써부터 치열한 표준화전쟁을 벌이고 있다.

 멀티미디어 신호처리 표준은 크게 정지영상과 동영상, 그리고 정지영상과 동영상을 연동시킬 수 있는 멀티미디어 및 하이퍼미디어 정보 코딩(MHEG) 등 세 가지 분야로 표준화가 추진되고 있다.

 미국은 영화·TV영상물 등의 콘텐츠산업에서 가장 앞서고 있기 때문에 이미 정지영상규격(JPEG)과 제1 동영상규격(MPEG1) 및 제2 동영상규격(MPEG2)의 표준화를 주도했을 뿐 아니라 최근에는 콘텐츠의 무단복제방지장치의 표준화에까지 신경을 쓰고 있다.

 일본은 멀티미디어 신호처리 표준화가 자신들이 강점을 지니고 있는 하드웨어 분야에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줄 것이라는 판단아래 JPEG 표준화 작업때부터 매우 적극적으로 매달려왔다.

 또한 유럽 각국은 유럽연합(EU) 프로젝트를 통해 미국과 일본에 주도권을 허용하지 않으려고 독자적인 표준을 만들어나가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반면 미국·일본·유럽을 제외한 국가들은 표준화작업에서 아예 제외돼 있거나 표준을 이른 기간 안에 수용하려는 수동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내 업계는 MPEG2 표준화작업을 소홀히 한 결과 이 표준규격이 디지털TV·디지털다기능디스크(DVD) 등에 채택되면서 지적재산권문제로 매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업계는 때문에 JPEG·MPEG1·MPEG2 등의 표준규격이 완성된 이후 차세대 규격인 MPEG4나 MPEG7 등의 표준화작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LG전자·현대전자·대우전자 등 4사를 비롯, 국가출연연구기관들까지 가세해 새로운 표준에 대한 지적재산권 확보에 배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몇 가지 핵심기술은 MPEG4에 채택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수준에까지 이르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멀티미디어분야 국제표준을 제정하는 국제표준화기구(ISO) 및 국제전기기술표준위원회(IEC) 산하 제1 공동기술위원회(JTC1) 회의가 다음달부터 국내에서 잇따라 열리는 것은 국내 업체들에는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국내에서 수 차례 회의가 열리게 되면 국내관계자들이 국제적인 표준기술의 동향과 정보를 낱낱이 입수, 부족한 부분을 재빨리 보완할 수 있는 데다 국내기술을 국제표준으로 반영시키는 데 한결 유리하기 때문이다.

<유성호기자 sungh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