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계 움직임

 컴퓨터 2000년(Y2k)문제 해결시한이 불과 10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Y2k 대응 움직임이 각계로 폭넓게 퍼져나가고 있다. 정치권은 물론 사회단체가 Y2k문제 대응기구 설립에 나섰고 IMF체제를 핑계로 등한시해오던 기업이나 정부의 자세도 한층 적극성을 띠고 있다. 더구나 세계 각국과의 협력도 논의되기 시작하는 등 「코리안 Y2k 대응시스템」 자체가 고도화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정치권의 움직임. 국민회의와 자민련 등 범여권은 Y2k문제 해결을 전국민 차원으로 확산시켜 조기해결을 유도하기 위해 양당의 정책위 의장이 민간대표 1명과 함께 공동의장을 맡는 형식의 「민관협동 Y2k 해결 추진기획단(가칭)」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정치권은 이 기획단을 통해 현재 몇몇 관계기관이 중심이 돼 추진중인 Y2k문제 해결을 직접 나서 챙김으로써 차질없는 업무수행을 촉진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사회단체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그만큼 Y2k문제가 단순히 정보기술분야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이슈라는 점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Y2k문제가 소프트웨어나 산업설비 등 기술적인 접근이 필요한 특정분야만의 문제가 아닌 「전국민의 실생활을 위협하는 중대한 문제」라고 규정하고 이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민간전문가 및 단체들과 공동으로 「Y2k시민감시센터(가칭)」의 설립을 추진하고 나섰다.

 시민감시센터는 특히 기존 Y2k문제 해결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돼온 상급자의 임의적 판단에 따른 잘못된 실태파악과 막대한 소요예산의 불건전한 집행 등에 대한 실무자의 적극적인 내부고발을 유도하는 Y2k 내부고발운동과 문제해결 지원정책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범국민적 관심과 인식도 제고를 위한 캠페인도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정부와 기업의 대응수위 역시 한단계 높아졌다. 정부는 우선 그동안 주요 부처의 실·국장급으로 운영돼 오던 「컴퓨터 2000년문제 대책협의회」에 전 부처의 관계자 및 CIO협의회 등 유관단체를 포함시켜 Y2k 조기해결을 위한 정보공유체계를 확립하는 한편 격월간 Y2k관계장관 회의도 신설, 부처별 추진현황을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토록 하는 등 기능을 한층 보강했다.

 아울러 Y2k문제를 해결했다고 확인받은 업체에 대해 정부 시설공사 입찰시 가산점을 부여하는 등 Y2k 대응을 유도하는 정책의 강도도 높였다. 민간업체는 그동안 IMF체제에 따른 자금난으로 Y2k 대응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해온 것이 사실이나 최근에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Y2k 대응정책을 강력히 추진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예가 삼성전자. 이 회사는 최근 협력사 대상 경영방침 설명회에서 『Y2k문제를 협력회사 모두가 해결하지 않으면 세트제품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며 Y2k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협력업체들에 대해서는 기존 관계의 중단까지 고려한다는 방침이다.

 Y2k 해결을 위한 글로벌 협력체제 구축 움직임에 동참하려는 각계의 노력도 가시화하고 있다. 최근 홍순영 외교통상부 장관과 윌리엄 데일리 미 상무부 장관은 「Y2k 해결에 관한 한·미 공동선언문」에 서명하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UN 등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Y2k문제의 다자적 해결노력을 지지하는 한편 한·미 양자차원에서 공동 해결방안을 마련하는 데도 노력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와함께 Y2k문제가 야기한 우발적인 사고로 인해 군사분쟁과 같은 엄청난 재앙이 발생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북한과의 협력도 모색하고 있다.

 이와 관련, 국방부는 최근 북한측에 군사분야의 Y2k 대응을 위한 상호협력을 제의했으며 이와 별도로 유엔군사령부를 통해 최근 북한군 고위장성들과 만나 이 문제를 논의하기도 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지난해말 유엔본부에서 열린 국제 Y2k 대책회의에 실무진을 파견, 미국·영국 등 모두 80여개국의 책임자들과 범세계적인 공동대응을 협의하기도 했다.

 민간단체인 한국정보처리기술사협회는 Y2k문제의 핵심인 인증·확인체제 구축을 위해 일본 정보공학기술사회와 손잡고 일본 동경이나 서울에 본부를 둔 「아태정보기술전문가협의회(APITEC·가칭)」를 창설키로 했다. APITEC은 우선 아태지역 국가간 정보기술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상호교환해 Y2k문제 인증문제를 조기 해소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향후 호주·싱가포르 등 전 아태지역으로 지부를 확산, 전 아태지역의 Y2k문제 인증을 책임지는 기구로 육성할 계획이다. 또 올해초 발족한 한국Y2k인증센터 역시 최근 가트너그룹 및 IBM과 협력관계를 맺는 등 세계적인 정보기술(IT)업체들과의 협력을 넓혀나가기로 했다.

 불과 1년전만 해도 하찮은 문제로 여겨지거나 컴퓨터업체들이 장사해 먹기 위해 호들갑떠는 정도로 평가받았던 Y2k문제. Y2k문제 인식이 확산되면서 이제는 Y2k를 해결하기 위한 전방위 시스템이 갖춰져 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