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부도처리된 가산전자가 지난 1월 20일 법원이 화의신청을 받아들임에 따라 큰 고비를 넘기게 됐다. 국내 최대의 멀티미디어 카드 제조업체로 그래픽카드 시장을 주도해온 가산전자는 이번 화의개시로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앞으로 사업계획을 오봉환 사장에게서 들어봤다.
-가산전자의 앞으로 사업방향은.
▲조만간 책상에서 워드프로세서나 게임용으로 사용되던 PC가 거실로 나와 웹TV나 웹 메일로 쇼핑이나 정보를 얻는 형태로 진보될 것으로 본다.
또 가정 이외의 지역에서 개인이 휴대할 수 있는 컴퓨터, 즉 개인휴대단말기(PDA)도 산업 흐름을 주도할 기술이다. 가산전자는 지금까지 쌓아온 멀티미디어 기술을 확대해 PDA나 가전 개념을 도입한 멀티미디어 기기를 개발할 예정이다.
-통합 그래픽카드나 소비자 지향형 상품개발은 어떻게 추진하나.
▲기본적으로 VGA카드나 통합카드, 모뎀 등 멀티미디어 카드 사업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VGA카드나 모뎀은 앞으로 산업을 주도할 디지털 가전이나 PDA의 중요한 기초 기술이다. 특히 이들 제품은 가산전자의 고객들에게 지속적인 서비스를 지원한다는 명분 외에도 앞으로 제품개발을 위해 쌓아야 할 인적, 기술적 노하우를 습득할 수 있다는 두 가지 이점이 있다.
-인력이 축소돼 제품개발과 운영에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부도 이후 많은 인력이 빠져나간 것은 사실이나 회사운영과 제품개발에는 큰 어려움이 없다. 미래는 노하우도 노웨어도 아닌 「노왓(Know What)」의 시대다. 무엇을 만들까에 대한 콘셉트를 정리하고 여기에서 가치를 창조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업체끼리 특화된 기술을 서로 지원하는 협력이 필요하고 협력에 걸맞은 덩치도 필요하다. 가산전자는 현재의 인원과 규모만으로도 노 왓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적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가산전자는 마이크로소프트와 C큐브 등 해외 40여 업체와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들과 공조체제로 앞으로의 제품개발 콘셉트를 설정해나갈 예정이다.
-가산전자 부도에 큰 영향을 미쳤던 미국 재즈멀티미디어사는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재즈멀티미디어가 가산에 걸림돌로 작용했던 것은 사실이나 기본적으로는 재즈멀티미디어를 미국 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계속 유지해나갈 예정이다.
이미 가산전자는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많은 시행착오를 경험했고 그 과정에서 브랜드 이미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체감했다. 재즈멀티미디어는 가산전자가 추진하려는 글로벌 마케팅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가산전자가 추진하고 있는 차기 아이템을 구체적으로 말하면.
▲가산전자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것 가운데 하나로 「E카드」를 들 수 있다. 전자명함으로 종래의 명함카드에 개인정보를 수록해 PDA로 정보를 주고 받는 개념이다. 가산전자는 앞으로 PDA가 개인 업무나 일상생활에까지 밀착될 것으로 예상, E카드 사업을 추진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PDA 개발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예정이다. 이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초에는 가산전자가 PDA 개발, 보급에 나서 지금까지 쌓아온 디스플레이 기술, 무선통신 기술, 카드제조 기술이 집약된 형태의 제품을 내놓을 것이다.
-가산전자·두인전자 부도 이후 혼미상태를 거듭하고 있는 그래픽카드 시장을 전망한다면.
▲무엇보다도 앞으로는 그래픽카드 공급업체들이 똑같은 칩세트 기반, 똑같은 설계도로 붕어빵 찍어내듯이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힘들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칩세트 업체의 수익구조가 좋지는 않기 때문에 카드 제조업체와 칩 벤더는 전략적인 제휴가 불가피하다. 이미 일부 칩세트 업체들은 칩세트를 선별해 공급하거나 카드형태로 제조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 카드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는 칩을 취급하려 들지 않기 때문에 길어도 1년 안에 카드류 분야에서 구조조정이 일어날 것으로 본다.
<이규태기자 kt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