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자동제어시스템(BAS)업계가 연초부터 덤핑시비에 휘말렸다.
지난 8일 조달청에서 열린 서울시 지하철 6호선 20여개 역사 구간에 대한 공조시설 사업자 선정 입찰에서 예가 20억8천만원짜리 프로젝트가 3억7천만원에 낙찰된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예가의 17.7%를 써내 낙찰된 사업자는 지난해말 지멘스계열로 넘어간 외국계 기업인 에스비티.
조인시스템·나라계전·바시스 등 이번 입찰에서 탈락한 업체들은 이번 지하철 자동제어 및 시스템 프로젝트 덤핑 낙찰건에서 BAS업계의 고질적 덤핑 관행을 보여주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공공 프로젝트 입찰가격의 관행을 볼 때 이 사업에 참여한 나머지 3개 업체도 덤핑응찰을 하긴 마찬가지다.
조인시스템이 8억4천만원, 바시스가 7억3천여만원, 나라계전이 8억6천만원에 각각 응찰해 예가의 35∼42%선에 불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최고 가격에 응찰한 나라계전이 낙찰됐더라도 예가의 42%에 불과한 덤핑낙찰이 될 수밖에 없었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는 지난해 서울시 상수도시설물관리시스템 낙찰에서 50∼60%선에 응찰했다 해서 경쟁사와 업계의 비난을 받았던 모 시스템통합(SI)업체의 사례와 크게 대조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같은 저가응찰사태의 배경에 대해 『지하철 6호선의 제어 및 직접디지털제어기(DDC) 등 본체 구축 분야와 밸브·케이블·센서 등 단말기 분야를 분리 입찰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일단 핵심제어부 프로젝트에서 사업권을 획득하면 여타 기기 입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덤핑 응찰』이라는 것이 조달청 관계자와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관련업계는 무엇보다도 올해 첫 공공입찰에서 드러난 이같은 나쁜 선례가 약 20∼30개로 추정되는 추가 공공BAS프로젝트 발주에서도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번 덤핑 응찰가격이 향후 공공프로젝트의 예가산정에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과 이에 따른 업체의 채산성 악화 등이 지적되고 있다. 또 저가 덤핑 입찰에 부실공사 가능성까지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조달청 관계자는 이번 입찰에 대해 『상상하기 어려운 가격에 낙찰된 만큼 부실공사 가능성 등에 대비한 감독에 신경이 쓰이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같은 저가 덤핑입찰이 계속되면 향후 예가에 반영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의 고백은 올해 첫 공공프로젝트 입찰을 덤핑으로 시작한 BAS업계의 관행에 대한 불가피성과 우려를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사실 우리가 내놓았던 응찰가격도 인건비 절약과 재고처리 등으로 간신히 맞춘 가격일 뿐입니다. 하지만 이같은 덤핑입찰이 이어지면 여타 업체들도 배겨나지 못할 것입니다.』
올해 1천3백억∼1천5백억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BAS업계의 덤핑경쟁이 어디까지 이어질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재구기자 j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