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자업체들이 해외마케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IMF관리체제 이후 전자업계 전체 매출의 70% 이상이 해외에서 일어나면서 이에 비례해 해외 마케팅을 경쟁적으로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전자업계의 이같은 움직임은 외형보다는 내실을 다지고 소모성 경비를 최대한 억제하기 위한 기업의 생존차원의 구조조정과도 맞물려 앞으로 해외에 대한 마케팅투자는 갈수록 확대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실제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총 20조8백42억원의 매출실적을 올렸다. 이 중 해외에서 일어난 매출은 1백20억 달러로 전체 매출의 75%선에 이르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LG전자도 마찬가지다. LG전자는 지난해 9조8천5백2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이 중 해외에서의 매출은 7조2천8백30억원으로 74%를 차지했다.
이에 비해 지난해 해외 마케팅비용은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2억 달러 정도를 투자했다. 내수시장을 겨냥한 마케팅비용은 삼성전자가 1천억원, LG전자는 6백억원 수준이다.
결과적으로 해외마케팅 비용은 전체 마케팅 비용에서 삼성전자가 72%, LG전자는 80%선을 상회하고 있다.
IMF 이전 해외마케팅에 대한 투자비가 전체 마케팅비용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최근 1년 사이에 해외마케팅비용은 획기적으로 늘어난 셈이다.
올해에도 삼성전자는 2억5천만 달러, LG전자는 2억4천만 달러를 해외마케팅비용으로 책정, 지난해에 비해 각각 5천만 달러와 4천만 달러를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비해 내수에서의 마케팅 투자비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다소 줄어드는 선에서 책정해 놓고 있어 내수와 해외에서의 마케팅 투자비에 대한 격차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의 한 관계자는 『내수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마케팅비용을 과다하게 쏟아붓는 것은 낭비』라며 『이제는 전자업계뿐 아니라 모든 기업들이 매출이 일어나는 곳에 투자하는 것은 자원투입의 효율성측면에서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밝히고 있다.
즉 그동안 내수시장에서 국내업체간 시정점유율 확대경쟁으로 과도한 마케팅비용을 지출해 왔지만 IMF 이후 기업들이 수익성 위주의 경영을 전개하면서 내수시장에서의 소모성 마케팅을 줄이고 대신 매출이 늘고 있는 해외시장에 대한 투자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마케팅비용의 확대가 정체된 내수시장에서도 이같은 수익성 위주의 마케팅정책은 그대로 적용된다.
삼성전자는 판매가 급격히 확대되고 있는 정보가전이나 통신 등에 대한 투자를 크게 확대하고 있는 반면 백색가전 등에 대한 투자를 줄여나가고 있으며, LG전자 또한 고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고급형제품 마케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가 아니라 해외시장에서 인정받는 기업 이른바 글로벌플레이어를 지향하고 있는 국내 전자업체들은 앞으로 내수시장보다는 해외에서 전 세계업체들을 대상으로 승부를 겨룰 것으로 보여 이에 걸맞게 해외마케팅 비용도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양승욱기자 swy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