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 PC의 애프터서비스(AS)비용이 지나치게 높은데다 업그레이드시 선택의 폭도 너무 좁아 소비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삼성전자·삼보컴퓨터·대우통신 등 대부분의 국내 대기업 PC업체들은 2년간의 무상 AS제도를 채택, 소비자들이 특별한 부주의로 고장을 내지 않는 한 대부분 무상으로 수리해주지만 그 이후에는 수리비용이 너무 높고 업그레이드도 제대로 할 수 없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무상 AS기간이 지나 PC가 고장나면 같은 부품이라도 용산에서 소비자가 직접 구입하는 것보다 몇만원에서 많게는 몇십만원이나 비싸게 AS비용이 책정되고 있다는 것이다.
PC통신의 대기업 PC업체의 기업포럼이나 하드웨어 관련 동호회의 게시판을 보면 최근 들어 이같은 불만이 부쩍 늘어난 것이 눈에 띄고 있다.
한 사용자는 사용하던 PC에서 하드디스크에 이상이 생겨 AS문의를 해봤더니 수리가 불가능해 일부 부품을 교체해야 한다는 대답을 들었다.
교체해야 하는 부품은 1.28GB급 하드디스크와 일반 펜티엄용 메인 보드였는데 같은 제품으로 교환할 경우 하드디스크 20만원, 메인 보드는 11만원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해당 AS센터의 입장은 규정상 구형 제품을 출시할 때 AS용으로 미리 여분의 부품을 구매해 두기 때문에 당시의 구매가격으로 공급할 수밖에 없다는 것.
문제는 현재 시중에서 6.4GB 하드디스크가 20만원, 펜티엄Ⅱ용 BX 보드가 12만∼13만원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결국 일대일 교체를 하는 것보다 업그레이드를 하는 것이 훨씬 싸진다는 점이다.
이외에도 PC통신에는 이와 비슷한 사례의 소비자 불만이 계속 올라오고 있고 AS 무용론까지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AS 무용론은 특히 대기업 제품과 일반 용산 조립제품 구매가격의 차이에 대한 비교의 형태로 많이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최근 판매되고 있는 대기업 PC의 가격과 용산전자상가에서 판매되는 조립PC의 가격을 단순 비교해 보자.
삼성전자가 내놓은 매직스테이션(M6100-DG00) 제품은 CPU로 인텔 펜티엄Ⅱ 4백50㎒, 64MB 주메모리, 6.4GB 하드디스크, 4MB 메모리의 VGA카드와 15인치 모니터를 포함해 3백20만원의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만약 동일한 사양으로 용산전자상가에서 제품을 구매한다면 부품만 사서 조립할 경우 1백85만원 정도, 조립 제품으로 구매한다 해도 2백만원 내외면 충분히 구매가 가능하다.
결국 대기업 제품과 조립 제품 사이에는 1백만원 이상의 차이가 나는 셈이다.
물론 최근 가장 대중적인 제품이라고 할 수 있는 셀러론급에서는 이 차이가 수십만원대로 좁아지기는 한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가 구매하는 부품 가격과 대기업이 PC제조를 위해 대량으로 구매하는 부품 가격에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가격차는 훨씬 커진다는 지적이다.
최대 1백만원 이상의 가격차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AS비용인 셈이다. 소비자들은 2년 후면 새로운 제품으로 업그레이드를 해야 하는 현실에서 1백만원이라는 가격차는 너무나 큰 부담이라는 불평의 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소비자들의 불만에 대해 PC업체들도 대책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IMF 이전에 업체들간의 경쟁으로 무상 AS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올려놓은 것이 오히려 업체들의 발목을 붙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각 업체는 지난해 AS부문을 아웃소싱이나 분사 형태로 분리해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이들 AS 전문업체가 모색하는 길은 크게 3가지.
첫번째는 가장 단순한 방법으로 무상 AS기간을 기존 2년에서 1년 정도로 줄이는 것이다.
두번째는 다양한 옵션의 AS를 차별화해서 실시하는 것이다. 미국 등 해외에서 많은 성공사례가 있어 도입이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쿠퐁제다. 이 제도는 기간을 명시하지 않고 횟수로 무상 AS기간을 정하는 것으로 미국내에서는 일반화돼 있는 제도다. 최근 들어서는 인터넷 AS도 활발해지고 있다. 이것은 AS 담당자가 직접 방문해서 AS를 해주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원격으로 수리를 해주는 것으로 기업의 부담을 크게 감소시킬 수 있어 환영을 받고 있다.
이밖에 회원제도 고려되고 있다. 이 제도는 정기적으로 회비를 내면 무상 AS기간이 끝나더라도 무상으로 AS를 해주고 정기적으로 방문해서 점검을 해주는 서비스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 쯤에는 AS에 따라 차별화된 대기업 PC들이 러시를 이룰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구정회기자 jhk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