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글 긴생각> 거품없는 사회를 만들자

 외국의 컨설팅 회사들은 우리나라 경제의 실패원인이 경영부재에 따른 저생산성 때문이라고 대부분 분석하고 있다. 이러한 저생산성의 원인은 외형 위주의 성장과 함께 실리보다 명분에 집착한 경제운용의 결과에 기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 그동안 소위 말하는 거품이 우리 사회의 모든 부분을 덮고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지금은 모든 사람들이 이 거품을 빼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거품에는 눈에 보이는 거품과 눈에 보이지 않는 거품이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눈에 보이는 거품은 외형 위주의 성장과 실리보다 명분에 집착하여 생긴 거품이다. 이는 구조조정이나 조직의 축소개편 등의 구체적인 방법을 통해 뺄 수 있는 거품이다.

 이에 반해 눈에 보이지 않는 거품이란 기존의 잘못된 인식과 관행 때문에 결국에는 생산성의 저하와 대외경쟁력의 약화를 가져오는 거품이며 우리가 인식을 전환해야만 뺄 수 있는 거품이다.

 벤처기업의 생명은 새로운 아이디어와 이에 기반한 기술력이다.

 하지만 벤처기업이 뿌리를 내릴 수 있는 근본적인 토양은 무시하고 이를 육성한다는 것은 새로운 형태의 거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불법복제 소프트웨어가 만연되어 있고 이를 사용하는 것이 당연시되거나 소프트웨어가 무형의 특징을 가진다는 이유로 평가절하되는 상황에서 벤처기업을 육성한다는 것은 분명한 모순이다.

 또한 정부에서 벤처기업을 육성 지원한다고 하니까 마치 벤처기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되어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력도 없이 무늬만 벤처기업인 기업들이 생겨나는 것도 새로운 형태의 거품일 수 있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성공했다고 할 수 있는 벤처기업도 과거를 답습, 부동산을 과대 평가해 무리하게 사옥을 지어 부도를 내거나 조직이 비대해져 신속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는 벤처기업의 장점을 쉽게 잃어버리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러한 모든 현상들은 우리의 인식과 가치를 변화시키지 않고는 없애기 어려운 눈에 보이지 않는 거품들이다.그동안 우리나라는 세계 근대사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하였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는 알게 모르게 편법을 이용하여 기업을 확장시키는 기업인을 유능한 기업인으로 생각하고 아이디어·기술력·경영능력은 무시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거품을 쌓아왔는지도 모른다.

 흔히들 다가올 21세기는 지식사회라고 한다.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볼 때 우리나라의 최대 장점은 우수한 인적 자원이다. 이는 미래의 지식사회로 갈 때 1차적인 기반은 잘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인적자원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관리할 것인가 하는 2차적인 기반은 아직 부족하다.

 튼튼한 2차적인 기반이 없이는 새로운 아이디어도, 기술력도 뿌리를 내리기 힘들다.

 벤처기업이 생겨서 현재의 최대 문제인 고용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벤처기업이 뿌리를 내릴 수 있고 생존하여 열매를 맺을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것은 더욱 더 중요한 일이다.

<신승현 PLM컨설팅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