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재판으로 유명해진 O J 심슨의 별장을 호사스럽게 장식했던 가구. 영화 「카사블랑카」의 오리지널 포스터. 엘비스 프레슬리의 영원한 연인 프리실라가 입었던 흰색 원피스. 영화 「백 투 더 퓨처2」에서 마이클 J 폭스가 타고 다녔던 스케이트 보드.
야후사의 인터넷 경매(http://auctions.yahoo.com) 사이트에 가면 구경할 수 있는 물건들이다.
희귀품 수집광이라면 한번쯤 눈독을 들일 만한 이 물건들은 설 연휴였던 지난 15일과 16일 이틀 동안 경매에 부쳐졌다. 리얼플레이어로 실시간 방송된 이 행사는 요즘 부쩍 높아진 인터넷 경매 열기를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미 시장조사업체 포레스트 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인터넷 경매시장은 약 29억달러. 오는 2002년에는 5백26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인터넷 경매가 처음 등장했던 지난 95년만 해도 이처럼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이라고 내다본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인터넷 서점 아마존이 미국 최대의 서적체인 반즈 앤드 노블을 위협하리라고 생각지 못했던 것처럼 이베이(eBay)나 온세일(onsale) 같은 인터넷 경매업체를 소더비와 크리스티의 경쟁상대로 보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피에르 오미디어라는 이름의 젊은이가 수집광인 여자친구에게 잘 보이려고 인터넷에 문을 열었던 작은 경매창고 이베이(http://www.ebay.com)는 3년 만에 미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에 의해 98년 최고의 웹사이트로 선정될 만큼 급성장했다. 천정부지로 뛰어오른 이 회사의 주가는 아마존의 2배가 넘는 주당 2백40달러선에 거래되고 있다.
온세일(http://www.onsale.com)도 사이트 개설 2개월 만에 입찰건수가 1백만건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하며 올들어 인터넷에서 트래픽이 가장 많은 10대 EC 사이트로 손꼽히고 있다.
이베이와 온세일의 선두다툼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은 야후. 지난해 9월 개점한 야후 경매 사이트는 버터필드&버터필드·라이브비드 같은 경매 전문업체와 잇따라 제휴를 맺는가 하면 최근 인수한 지오시티스에도 경매코너를 개설할 것이라고 발표하는 등 추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미술품 경매시장을 지배해온 라이벌 업체인 소더비와 크리스티가 인터넷 경매에 뛰어들 것으로 보여 또 한차례 파란이 예상된다. 이미 홈페이지 구축에 들어간 이들 두 회사는 오는 7월과 9월이면 각각 온라인 경매시스템을 갖추게 된다.
국내 경매 사이트들도 점차 활기를 띠고 있다. 경매 전문업체 「인터넷 경매(www.auction.co.kr)」 오혁 사장은 『지난 연말만 해도 하루 2백건을 기록했던 경매건수가 요즘은 평균 3백건으로 늘어나고 방문객 수도 2만명을 웃도는 등 네티즌들의 관심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고 말한다.
박세리의 골프채, 여명의 선글라스와 티셔츠, 정주영 명예회장이 소떼를 몰고 방북할 때 착용했던 모자 등 유명인사의 기증품으로 경매 이벤트를 열어 화제가 됐던 「한겨레마을(http://hani.s-mart.co.kr)」도 모니터오디오(MonitorAudio)사의 90만원짜리 고급 스피커를 경매시작가 1만원에 내놓는 등 매주 품목을 바꿔가며 깜짝경매를 실시한다.
그밖에 골드뱅크(www.goldbank.co.kr)를 비롯, 와마켓(www.wamarket.com), 공구랜드(www.tool.co.kr), 메타랜드(www.metaland.com) 등도 경매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 신규 참여업체도 늘어날 전망이다. 삼성물산 인터넷 쇼핑몰(www.samsungmall.co.kr)은 이달 말부터 고정적인 경매코너를 마련해 가전제품을 중심으로 자동차·아파트 같은 고가품까지도 취급할 계획. 올해는 경기가 되살아난 부동산 경매 전문업체들이 급증하고, 인터넷 쇼핑몰과 포털사이트들이 눈길끌기 이벤트로 앞다투어 경매를 실시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이선기기자 s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