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세미콘코리아 99」 전시회는 차세대 반도체 제조기술과 이에 대응한 각종 첨단장비의 개발상황을 한눈에 비교, 확인해볼 수 있는 최고의 기회다. 특히 지난해부터 반도체 장비분야의 최대 이슈로 작용해온 구리칩 관련장비와 마이크로 BGA용 조립장비는 향후 장비시장을 이끌어갈 첨단기술로 인식되고 있다. 반도체 장비분야에서 각광받고 있는 이 두가지 기술에 대해 소개한다.
<편집자>
지난 97년 IBM이 세계 최초로 발표한 구리칩은 현재 반도체 회로 합성물로 사용되고 있는 알루미늄을 대신해 구리를 실리콘 표면에 부착시킴으로써 기존 알루미늄 칩에 비해 40% 가량 향상된 신호전송 능력과 전력 소모량을 획기적으로 줄인 차세대용 칩이다.
특히 구리칩은 빠른 처리속도와 저전력 소모를 요구하는 디지털신호처리칩(DSP)·마이크로프로세서 등과 같은 각종 IC 제조에 폭넓게 사용될 수 있고 반도체 제조비용도 현재보다 30% 가량 절감할 수 있는 장점을 지녀 이러한 구리칩 제조기술은 세계 주요 반도체업체 사이에 빠르게 확산될 것이라는 게 반도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를 반영하듯 IBM에 이어 미국 TI도 구리에 특수 절연물질인 크세로겔을 결합시킨 형태의 새로운 구리칩 제조기술을 개발하고 현재 이의 본격적인 양산을 준비중이다.
이러한 구리칩 제조공정의 등장은 칩의 집적도가 높아질수록 트랜지스터 사이를 연결하는 회선이 성능향상의 관건이 되는데 알루미늄회선 자체는 저항을 줄이는 효과는 있지만 정전용량 효과라는 또 다른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적합치 못해 성능향상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TI측 구리칩 개발자들은 현재까지 가장 낮은 유전상수를 갖는 것으로 알려진 크세로겔을 구리와 결합, 회선을 구성하는 기술을 통해 이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며 이 기술을 사용해 앞으로 0.1미크론 미세회로 구성이 가능해져 하나의 칩에 5억개 이상의 트랜지스터를 집적시키고 기가헤르츠(G㎐)대의 성능을 갖는 칩의 개발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 다른 구리칩 개발업체인 모토롤러의 헥터루이스 반도체부문 사장도 『구리칩은 단지 컴퓨터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개인 디지털 단말기나 셀룰러폰 등의 고성능 컴퓨팅 능력을 부여함으로써 새로운 시장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구리칩 제조공정이 실제 양산라인에 도입되기 위해서는 몇가지 극복해야 할 장애가 있다. 우선 구리공정에서만 특이하게 발생하는 프로세스상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동시에 실제 양산라인에 직접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강력한 공정장비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회로선폭이 0.13미크론 미만이고 가로·세로비가 5대1 이상인 연결구조에 구리를 얼마나 신뢰성 있게 채워넣느냐 하는 문제다. 그리고 구리를 완벽하게 저장하는 배리어층과 매우 좁고 깊은 구조에 구리를 채울 수 있도록 하는 시드(Seed)층을 도포시키기 위한 적절한 기술도 필요하다. 따라서 이러한 공정기술상의 여러가지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반도체 장비가 개발되지 않는 한 구리칩 제조기술이 실제 양산라인에 적용되기는 사실상 힘든 상황이다.
이에 따라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노벨러스·세미툴 등 주요 반도체 장비업체들은 구리칩 제조장비의 개발 및 출시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업체인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는 최근 구리 배선공정에 적용 가능한 종합적인 장비 솔루션을 출시했으며 화학증착(CVD) 장비업체인 노벨러스도 「다마스커스」라는 이름의 구리증착용 공정 솔루션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미국의 세미툴도 구리제조 장비분야에서 일본진공기술과 상호 제휴키로 하고 각사가 보유한 스퍼터링 기술 및 구리배선용 도금기술을 서로 융합, 새로운 구리 성막장비 개발에 착수하는 등 본격적인 시장개척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세계 주요 장비업계의 다양한 노력에 힘입어 올해 하반기 이후 발표될 차세대 칩의 상당 부분은 구리칩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른 장비업체들의 관련제품 개발 및 출시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